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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형수 처리장치 탑재에 1조이상 드는데…해운업계 '홍합의 공포'

해양 생태계 교란 막기 위한 'BWMC' 내년 발효 예정

국내 해운사 평형수 장치 설치된 배 거의 없어 속앓이





현재 국내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담치(홍합)의 대부분이 토종을 몰아내고 남해안 일대를 장악한 지중해 담치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들은 지난 수십년간 타국에서 드나드는 배들이 국내 연안에서 선박 평형수(선박이 균형을 유지하도록 선내 탱크에 채우는 바닷물)를 갈면서 유입된 외래 생물종의 한 사례다. 연구자들은 해마다 평형수 약 50억톤이 전 세계 해역을 이동하며 7,000여종의 해양 생물을 실어나르고 있다고 추산한다.

이처럼 평형수가 야기하는 해양 생태계 교란을 방지하고자 각국이 참여하는 ‘선박평형수 관리협약(BWMC)’이 조만간 발효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 해운업계가 협약 발효로 인한 비용 증가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살림이 빠듯한 해운업계는 협약이 발효될 경우 업계 전반에 최대 1조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제 사회는 지난 2004년 2월 국제해사기구(IMO) 주도로 BWMC를 채택했다. 이 협약은 전 세계를 운항하는 선박들이 평형수를 버리기 전 해양생물을 말끔히 제거할 수 있도록 선박의 평형수 처리장치 탑재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전 세계 선복량의 총 35%에 해당하는 국가에서 비준을 마치면 그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자동 발효하도록 돼 있다.

해운업계는 늦어도 올해 말까지 조건이 갖춰지면서 오는 2017년이면 협약 발효가 확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달 10일 페루가 BWMC에 비준하면서 세계 선복량의 34.87%에 해당하는 51개국이 참여했다. 핀란드도 조만간 대열에 동참한다.

문제는 협약 발효에 따른 천문학적 비용 부담이다.

2013년 이후 진수한 배들은 건조 과정에서 평형수 처리장치를 대부분 장착하지만 최근 신규 선박 건조가 적었던 국내 해운사들은 처리장치를 탑재한 배가 드물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박의 톤수 등을 고려하면 처리장치의 평균 가격은 100만달러(약 11억7,900만원)에 이른다”면서 “아직도 국내 선박 가운데 800~900척은 이 장치를 달고 있지 않다”고 했다. 업계 전체로 보면 평형수 처리장치 설치에 최대 1조600억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된다는 얘기다.



게다가 주요 무역 상대국인 미국이 협약 발효를 기다리지 않고 올 들어 강력한 유사 규제를 마련하면서 해운업계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졌다. IMO 역시 미국 규정에 맞춰 협약의 내용을 보강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운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이 시행하는 규제는 더 까다로운 평형수 처리 기술을 요구하고 있어 아직 통과한 업체가 없을 정도”라며 “미국의 눈높이에 맞는 기술이 등장할 때까지 규제 시행이 유예되고 있지만 기술 개발에 들어간 추가 비용은 고스란히 해운사들에 전가될 것”이라고 했다.

전례 없는 전 세계적 장기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해운업계는 BWMC가 기업들을 더욱 휘청이게 만들까 두려워하고 있다. 특히 해외 거대 해운사들이 BWMC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국내 기업들을 고사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를 개발하는 국내 기자재 업체들과의 공동 대응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평형수 처리장치 개발에도 수십억원의 비용이 들어가 많은 영세 기자재 기업이 부도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운업체가 처리장치 기술 개발 비용을 분담하면서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제품을 공급받는 등 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국선박평형수협회 통계를 보면 한국 기자재 업체들은 세계 평형수 처리장치 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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