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등 첨단 정보기술(IT) 기업들과 자동차업체들이 자율주행 자동차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사고를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 보험이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모든 첨단 기술이나 장비는 항상 역기능을 동반해왔다. 1886년 발명된 자동차도 마찬가지였다. 초기 자동차에는 안전장비도 없었고 자동차 도로도 따로 없었다. 사람과 마차가 다니던 길을 자동차가 다니다 보니 운전자는 물론 길을 걸어 다니는 행인도 보호받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자동차 사고는 생명과 직결된 위협이었다. 이런 상황은 안전벨트와 에어백이 발명된 1950년대까지 지속됐다. 수십 년이 경과한 후에야 안전장치가 적용됐고 행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 도로와 인도가 분리되고,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설치됐다.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던 20세기 초에는 자동차의 발전과 보급 속도도 제한적이었고 역기능에 대한 대비도 이러한 속도에 맞춰 도입하는 것이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자율주행 자동차는 어떨까.
자율주행 자동차의 핵심 기술은 자동차를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소프트웨어와 다른 자동차와 도로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기술이다. 현재의 자동차가 기계공학과 전자공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자율주행 자동차는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IT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첨단 IT 기술의 가장 큰 역기능은 해킹과 같은 사이버 공격이다. 기존의 사고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수백 대의 차량이 동시에 멈출 수도 있고 연쇄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의도하지 않은 목적지에 도착해 있을 수도 있다. 외부 해커에 의해 핸들이나 브레이크가 조종된다는 것은 기존 자동차 운전자들이 고민하지 않던 낯선 문제다. 주행기록 등 자동차 운전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데 따른 부담도 더 높아진다. 앞으로 전혀 다른 차원의 안전벨트와 에어백이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안전벨트는 보안기술이다. 사이버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보안기술이 자율주행 기능과 함께 개발돼야 하고 즉시 적용돼야 한다. 실제 자율주행차 해킹 문제는 전 세계 IT 기업과 자동차업체들의 가장 큰 화두다.
에어백은 안전장치이지만 운전자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흉기로 변한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편의를 제공하겠지만 안전벨트 역할을 할 수 있는 보안기술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오히려 위험할 가능성이 높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운전 미숙으로 인한 사고를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기는 하다. 그러나 새로운 위험에 대한 대비책을 확실하게 해놓지 않는다면 사고 뒷수습은 훨씬 복잡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고 운영해야 하는 것은 사람이다.
허창언 금융보안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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