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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노조 5년연속 파업 예고]위기의식 팽개친 勞...설자리 잃어가는 국내 車공장

파업으로 국내환경 악화되자

공장 해외 이전 갈수록 늘어

2·3차 협력사까지 동반이탈

勞 대승적 차원서 결단내려야





현대자동차가 5년 연속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정작 국내 공장의 수출물량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성노조에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판매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생산환경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해외 공장 생산물량은 꾸준히 늘면서 올 상반기에는 처음으로 150만대를 넘어섰다. 현대차가 잇따라 해외공장을 증설함에 따라 2, 3차 협력사까지 동반해서 해외로 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임금협상과 고용 수준을 보면 지난 수년 동안 강성노조에도 국내 일자리 보전을 위해 노력해온 점을 인정해야 한다. 대기업이라고 무조건 ‘일자리 애국’을 요구할 수는 없다”며 “노조가 위기의식을 갖지 않으면 국내 생산을 이어나갈 명분이 점차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뿐 아니라 제조업 전체적으로도 글로벌 판매량이 늘어나는 만큼 생산·일자리 등을 해외로 내보내는 ‘오프쇼어링(off-shoring)’ 현상이 심해지고 있지만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노조 측의 대승적 결단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 상반기 수출물량은 51만1,277대로, 지난 2010년(53만4,182대)보다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서도 현대차는 15%, 기아차는 17%가 각각 하락했다. 현대차의 연간 판매량이 5년 새 240만대에서 500만대 수준으로 2배 이상 늘어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실제로 지난 2010년과 비교할 때 올 상반기 현대차 해외공장의 생산·판매실적은 70%나 성장했다.

국내 생산 환경들을 보면 생산량을 좀처럼 늘릴 여건이 되지 않는다. 개별소비세 인하로 단기적으로는 버텼지만 국내에서 판매량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노조의 요구는 거꾸로 더 많아지고 있다.



해외 증설은 협력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이 해외에 차린 자동차부품 공장은 2010년 337개에서 지난해 말 566개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고임금·노사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개선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이윤추구를 우선하는 기업이 생산물량을 해외에서 늘리는 것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지만 일자리 창출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국내 자동차 생산기지가 위축되는 모습은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라며 “정부와 기업·노조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판매감소와 노사 갈등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매번 방안으로 제시되는 노사 간 대타협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자동차 업계의 1인당 평균 임금은 9,234만원으로 독일 폭스바겐(9,062만원), 일본 도요타 (8,351만원)보다 높다.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은 한국 12.4%, 폭스바겐 10.6%, 도요타 7.8%로 기업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경쟁사보다 심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는 지난 5일 임금협상을 두고 교섭이 결렬됐다며 곧바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다. 오는 11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쟁의발생을 결의하고 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한다. 이어 13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투표 결과 파업이 결정되면 현대차 노조는 5년 연속 파업에 나서는 셈이 된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협상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가장 비판을 받는 것이 ‘승진거부권’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처음으로 8,000여명에 달하는 일반·연구직 조합원의 승진거부권을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서 전례가 없는 요구사항이다. 승진거부권은 조합원이 희망하지 않으면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하면 노조원 자격이 없어져 인사고과에 대한 압박이 심해진다는 것이 이유다. 고용불안을 해소하겠다는 표면적 이유를 내세웠지만 직급과 상관없이 높은 연봉을 유지하면서 회사를 오래 다니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 밖에 노조는 기본급의 7.2%인 임금 15만2,05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에 대해 대응하지 않고 있다. “올해 목표로 세운 글로벌 판매 813만대 달성을 위해 총공세를 펴야 하는 마당에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사측은 노조에 임금피크제(현재 만 59세 동결, 만 60세 10% 임금 삭감) 확대,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 조항 개정, 위기대응 공동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을 요구했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올해 상황을 보면 노조가 파업을 해야 하는 명분이 어느 때보다 약하다”면서 “생산라인을 볼모로 한 파업을 당연시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동기 대비 2.4% 감소한 385만대를 판매했다. 연초보다 연말 판매량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도 올해 목표로 삼은 813대를 채우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달 중 해외법인장 회의를 열어 하반기 전략을 논의한다. 매년 두 차례 진행되는 회의지만 올해는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높아진 만큼 남은 기간 강력한 판매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중국 실적이 나빠지면서 당초 계획했던 820만대에 크게 못 미치는 801만대를 국내외에서 팔았다. 올해에는 녹록지 않은 업계환경 때문에 회사가 연간 판매목표를 처음 발표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판매목표를 전년 대비 낮췄다.

특히 현대차는 올 상반기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내수점유율이 줄어들면서 적신호가 켜졌다. 현대차는 지난해 상반기 39.2%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하지만 올해는 1.6%포인트 줄어든 37.6%로 하락했다. 반면 기아차는 28.3%에서 29.6%로 1.3%포인트 점유율이 높아졌다. 현대차가 부진해지면서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점유율도 전년동기 대비 0.6%포인트 감소한 67.2%로 집계됐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노조가 실현 가능한 요구안을 제시해야 사측을 설득할 수 있다”며 “사측에 노조가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모습도 좋지 않지만 지금처럼 대중은 물론 노조원들의 지지까지 얻지 못하는 파업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잃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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