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독일 등이 자동차 산업의 미래 먹거리인 자율주행 자동차 양산을 위해 공통으로 적용할 운행기준을 마련한다. 최근 미국 테슬라사의 자율주행차가 인명사고를 내는 등 자율주행차 운행을 규제할 기준 마련이 시급해지면서 미국이 당장 이달 안에 관련 기준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아시아와 유럽 주요국들이 미국과는 별도의 글로벌 기준 마련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일 한국과 일본·독일·프랑스·영국·유럽위원회(EC) 등이 참여한 유엔 전문가 회의에서 이르면 2018년께 고속도로에서 운전자나 승객의 핸들 조작 없이도 추월이나 차선 변경이 가능하도록 자율주행 관련 공통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연내에 기본 방향에 합의한 뒤 추가 논의를 거쳐 최종안이 만들어지면 참가국들은 이를 국내 표준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반면 구글과 테슬라 등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선두 업체들을 대거 보유한 미국은 이르면 이달 내 독자적인 기준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전문가 회의에서는 고속도로에 한해 자율주행 중에 앞 차량 추월을 허용하며 사고가 났을 경우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는 등의 원칙을 공통기준에 포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율주행 시스템보다 운전자의 핸들 조작을 우선시하며 졸음운전이나 한눈 팔기 예방장치를 탑재하고 운전자가 자율주행차의 경고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 자동으로 갓길에 정차하는 등 안전을 위한 규정들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졸음운전이나 한눈 팔기를 방지하기 위해 운전석 버튼을 주기적으로 누르도록 유도하거나 운전자의 상태를 센서로 감지하는 방안 등은 현재 기술로도 구현 가능해 공통기준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신문은 이번에 마련될 공통기준은 자동차 업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만큼 자율주행차 양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현재 미국에서는 추월하거나 합류하는 자율주행을 허용하고 있지만 유럽 각국에서는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에는 이와 관련한 명확한 규칙이 없어 자율주행 자동차의 양산이 사실상 어려운 상태라는 것이다.
다만 일본에서는 지난해 12월 고속도로 주행 중에 발생한 자율주행 자동차와 일반 자동차의 충돌을 계기로 ‘자율주행 모드를 작동시킨 경우라도 탑승한 운전자에게 사고 책임이 있다’는 경시청과 국토교통성의 결론이 내려졌다. 한국의 경우 자율주행차 관련 정책이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3곳으로 나뉘어 있어 교통부(미국)나 국토교통성(일본)이 통합 관리하는 다른 국가와 달리 불필요한 행정절차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