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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세금정책 대결,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국 조세부담률 크게 낮은데도

여야 정치셈법에 법인세만 천착

표심 눈치보는 선심성 정책 아닌

경제 맞춤형 합리적 경쟁 펼쳐야

부장




국민은 납세자이면서 동시에 유권자다. 이 때문에 세금 문제는 정치와 직결된다. 전문가집단은 세금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느 나라에서든 정치와 세금은 불가분의 관계다.

20대 국회 출범 이후 정치권에서 법인세 등 세금을 둘러싼 공방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선공(先攻)은 야당이다. 현행 22%인 최고 법인세율을 25%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를 내려줬지만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효과가 없고 기업들이 돈만 쌓아놓고 있으니, 이를 세금으로 거둬들여 복지지출·청년고용 등에 쓰자는 논리다. 국세 수입의 70%를 차지하는 3대 세목 가운데 소득세·부과세 등은 제쳐 두고 법인세를 콕 찍어 인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 이면에는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표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여당 역시 세금 문제를 정치적 셈법으로 바라보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증세에 대한 거부감을 의식해 복지를 늘리면서도 증세를 하지 않겠다며 논리가 궁색한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운 바 있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누계 국세수입은 지난해 동기보다 18조원이 더 걷혔다. 지난달 말 국회에서 한 여당의원이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선거 때는 음주 단속도 덜하고, 자동차 불법주차도 덜 떼는 게 상식 아니냐, 박근혜 정부가 왜 이렇게 세금을 걷어서… 선거 망치려고 작정했다”고 질타했다. 여당의 선거 참패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는 의원이 한 사람뿐일까.



한국이 여러 측면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세금과 복지에서도 그렇다. 일본의 조세수입 규모는 1994년 60조엔을 정점으로 2014년 50조엔으로 감소했다. 버블이 꺼지면서 경제가 수축하고 고령화로 세금을 내야 하는 인구의 감소 등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 경기부양 등에 재정지출이 늘어나면서 국가채무는 1990년 이후 664조엔이 늘어났다. 국가 재정 여건상 세금을 올려야 했지만 국민적 거부감을 의식한 정치권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결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를 보면 우리의 조세부담률은 18% 수준으로 34개 회원국 평균 25%에 크게 못 미친다. 또 2012년 기준으로 일본의 면세근로자 비중은 16%고 독일은 20%, 캐나다는 23%다. 이에 비해 우리의 경우 면세근로자의 비중은 2012년 33%에서 2014년 48%로 높아졌다. 이처럼 면세근로자의 증가는 소득세 감면 방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뀐 탓이기는 하지만, 세금을 아예 한 푼도 안내는 인구가 절반에 육박한다는 점은 조세정책의 근간인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부가가치세 역시 OECD 평균에 비해 세율이 낮은 편이다.

급속한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우리 역시 복지지출이 앞으로 갈수록 불어날 것이다. 아직 선진국 수준에 비해 뒤떨어지는 사회 안전망도 확충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세금 공방이 불붙는 것은 오히려 잘된 측면이 있다. 선진 복지국가처럼 높은 복지를 누리고 대신 세금을 많이 부담하는 모델을 따르지는 않더라도 앞으로 어느 수준의 복지를 지향하고 그 부담은 누가 감당해야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논의해볼 때다. 정치인들은 항상 뭐든 해줄 것처럼 하면서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얼버무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 폐해는 결국 국민들이 짊어지게 된다. 말장난 같은 약속 대신 우리의 경제상황과 사회구조에 기반한 세금정책 대결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이학인경제부장 leej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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