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CD금리 담합 과징금 규모가 많아야 수천억원 수준일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을 크게 초과하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공정위의 어설픈 헛발질에 국내 은행산업이 궤멸할 정도의 상처를 입을 뻔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2일 은행권 핵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공정위는 국민·농협·신한·우리·KEB하나·SC은행 등 6개 은행의 CD 담합 혐의와 관련 심사보고서를 발송하는 과정에서 담합이 인정될 경우 과징금 규모로 총 5조~7조원을 부과하겠다는 추산치를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공정위는 담합으로 인한 부당 매출액의 10%까지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5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것은 CD금리와 연계된 6개 은행의 거래를 50조원 이상으로 봤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공정위는 지난 2009년부터 최근까지 7년여의 기간에 CD금리와 연동된 이들 6개 은행의 모든 매출을 합산해 과징금 규모를 산출했다”며 “단순히 CD와 연동된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모든 대출 및 상품을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고위관계자도 “처음에 과징금 규모를 보고 믿기지가 않았다”며 “공정위의 과징금이 현실화됐다면 일부 은행은 올해 당장 적자로 돌아섰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은행권에서는 금융시장에서 공정위의 담합 조사 전문성이 지나치게 떨어진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무려 4년의 조사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위 사무처가 작성한 심사보고서는 허점이 많았고 전원회의에서 공정위원들을 제대로 설득시키지 못했다.
CD금리와 관련 특수은행 고시 수익률을 적용 받지 않는 농협은행에 특수은행 고시 수익률이 적용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은행별 CD 발행 시점의 격차와 CD 발행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시장 상황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원들이 결국 은행들의 손을 들어주기는 했으나 공정위 사무처의 주장이 일부라도 현실화됐다면 국내 은행들은 치명적인 내상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5,000억원이다. 공정위 심사관들이 주장한 5조~7조원의 과징금 중 절반이 부과됐다 해도 국내 은행들이 사실상 적자로 돌아선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을 가장 우선시하는 공정위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번 CD금리 담합 건은 너무 지나친 조사였다”며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공정위가 금융시장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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