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전남 광주에 있는 기아차 광주 공장 증설은 어렵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가뜩이나 국내외 경기에 악재가 낀 데다 경직된 노조 문화, 높은 인건비 부담으로 국내에는 도저히 공장을 늘릴 형편이 안 된다는 얘기다.
정진행(사진) 현대자동차 사장은 14일 기자와 만나 “지금 국내 상황을 보면 공장 규모를 늘릴 여지가 없다”면서 “현대차그룹은 애시당초 (증설이) 쉽지 않다고 얘기해왔다”고 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제조업 기업들이 국내에 발붙이기 어려운 형편”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정치권·정부의 거듭된 요청에도 “국내 공장 증설은 어렵다”는 정 사장의 발언은 올해 여름 임금 투쟁이 임박한 노조를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현대중공업 노조와 연대해 파업하는 방안을 놓고 13일부터 찬반투표를 벌여 14일 가결시켰다.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현대차 노조는 2012년부터 5년 연속 투쟁 기록을 세운다. 현대차는 노조 파업으로 매년 1조원의 손실을 본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노조 문제 외에도 현대차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와 이달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등 악재가 겹겹이 쌓여 있다. 정 사장은 “브렉시트와 개소세 인하 종료로 인한 판매 영향(타격)이 있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 우려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국내 배치와 관련한 영향은 속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사드가 제네시스 신모델의 출시 일정 등에 미칠 영향은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사드 배치 때문에 현대차를 바라보는 중국 소비자 여론이 악화할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사드가 방어용이라는 점을 중국 측에 설득시킬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