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제품이지만 앞으로 기능성 음료 시장은 분명히 기회의 땅이 될 것입니다. 품질 제일주의의 원칙을 바탕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음료기업으로 도약합시다.”
지난 1987년 5월 동아식품(현 동아오츠카) 안양공장. 포카리스웨트 첫 제품을 생산하는 자리에 동아제약의 강신호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모였다. 1986년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이듬해 서울올림픽을 앞둔 시점에 동아식품은 일본 오츠카제약과의 합작을 통해 당시만 해도 낯설었던 이온음료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레저와 스포츠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레 늘어나 탄산음료 일색이었던 음료 시장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제품 출시를 앞두고 회사 내부에서는 이견이 적지 않았다. 앞서 계열사 동아제약이 1963년 출시한 자양강장제 박카스가 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았지만 기능성 음료는 누구도 도전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시대를 너무 앞서가는 제품이어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잇따랐지만 강 회장은 포카리스웨트 출시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장에 나온 포카리스웨트는 출시 첫해에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콜라와 사이다의 톡톡 튀는 탄산과 단맛에 길들여진 우리 국민들의 입맛에 포카리스웨트는 도무지 맛을 알 수 없는 ‘밍밍한 음료수’였다. 운동이나 음주 전후에 효율적으로 수분을 보충해준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마케팅 전략에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했다.
동아식품 마케팅팀은 전방위적인 시음행사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각종 스포츠경기와 회사 야유회, 대학생 단체 모꼬지 등에 직원들을 보내 시음행사를 열고 수시로 이벤트를 개최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는 국가대표 선수와 경찰, 경기 운영직원 등에게 포카리스웨트를 제공한 뒤 냉정한 평가를 요청하는 설문조사까지 진행했다.
생소한 음료라는 이유로 시장의 외면을 받던 포카리스웨트는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출시 1년 만에 월 판매량 200만캔을 넘어섰고 한때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며 국내 이온음료 시장의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연매출도 2010년 1,000억원을 돌파한 이래 지난해 1,25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 30년 동안 누적 매출은 2조5,000억원으로 물량으로 환산하면 75억캔(245㎖ 제품 기준)에 이른다.
올 들어서도 포카리스웨트는 성장세는 매섭다. 파워에이드·게토레이 등 경쟁 제품의 공세로 전체 이온음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대로 줄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꾸준히 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650억원어치를 판매해 올해는 사상 최대인 1,350억원의 연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김규준 동아오츠카 마케팅전략팀장은 “캔 제품으로 환산했을 때 연간 약 2억7,000만여개가 판매되는데 이는 우리 국민 1명이 매년 5.4캔씩 포카리스웨트를 마신다는 의미”라며 “올해는 리우올림픽 특수까지 기대하고 있어 미리 생산물량을 늘리는 등 만반의 채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30년 동안 제품명을 비롯해 성분, 포장, 로고 등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한우물을 판 것도 포카리스웨트의 경쟁력이다. 체액과 가장 가까운 이온음료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 장수 브랜드로 자리잡는 원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간 국내 음료 시장이 탄산음료를 시작으로 과일주스, 원두커피, 에너지음료 등으로 다변화됐음에도 국내 1위 이온음료의 자리를 놓치지 않은 비결인 셈이다. 포카리스웨트가 진출한 전 세계 40여개 국가 중 한국 이온음료 시장에서 유일하게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스타 여배우의 등용문으로 자리잡은 포카리스웨트 광고도 늘 화제를 모은다. 그간 포카리스웨트 모델을 거쳐한 여배우만 해도 김혜수, 고현정, 심은하, 한지민, 이연희, 박신혜, 문채원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스타덤에 아직 오르지 않은 무명 여배우를 매년 새롭게 발굴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포카리스웨트 특유의 깨끗하게 순수한 이미지를 알리는 광고 전략이 제품 홍보와 매출을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다.
수많은 포카리스웨트 광고모델 중에서도 배우 손예진은 특별한 경우로 꼽힌다. 2001년과 2012년에 2년 연속 광고모델로 활동했고 5년 후인 2007년과 2008년에도 모델로 발탁돼 국내 광고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그가 광고를 촬영한 그리스 휴양지 산토리니 역시 국내 여행객들이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명소가 됐다.
듣는 사람의 기분까지 들뜨게 만드는 광고음악도 포카리스웨트의 숨겨진 경쟁력이다. ‘라라라라…’로 시작하는 포카리스웨트 광고음악은 언뜻 외국곡 같지만 국내 인디밴드 두번째달의 ‘블루 브리즈 블로’라는 곡을 각색해서 만들었다. 15초라는 짧은 시간에 청순하고 깨끗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제격인 곡이 없다는 게 광고계의 설명이다.
김동우 포카리스웨트 브랜드매니저는 “30년 전 출시 당시 캔 제품 하나밖에 없었지만 이후 페트 제품을 선보이고 최근에는 간편하게 물에 타서 마실 수 있는 파우치 분말까지 내놓는 등 포카리스웨트의 변신은 현재진행형”이라며 “앞으로도 ‘국민 이온음료’라는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품질 혁신과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