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금융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조합원의 95.7%가 찬성표를 던졌다. 여름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조합원의 87%가량인 8만2,633명이 투표에 참석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성과연봉제가 이른바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이 같은 높은 투표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금융노조 측은 이번 투표결과를 바탕으로 20일 오전 1차 총력결의대회를 개최한다. 그 이후 지부별 순회집회, 지부 합동대의원대회 등의 과정을 거쳐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으로 파업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던 만큼 상당한 투쟁 동력을 확보했다는 것이 금융노조 내부 평가다. 특히 금융노조는 관련 노사 갈등이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이후 전략 마련에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투표 결과 발표 직후 “쟁의행위 찬반투표의 압도적 찬성으로 금융노조 10만 조합원은 총력을 다해 끝까지 싸울 것을 결의했다”며 “조합원들의 투쟁의지를 모아 결사항전의 자세로 하반기 총파업을 비롯한 총력투쟁을 조직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된 상태다. 금융노조 측은 지난 18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을 항의 방문했으며 일부 노조원들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 1층에서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 폐기와 사측 단협 안건 철회’를 목표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나서는 것은 2014년 9월 이후 2년 만이다. 당시 금융노조는 ‘관치금융 철폐’와 ‘금융공기업 정상화 대책 중단’을 요구하며 14년 만에 총파업에 나선 바 있다. 조합원 86%가 투표에 참여하고 투표자의 90%가 총파업에 찬성하는 등 초반 열기는 뜨거웠지만 파업 참가율이 10% 정도에 불과해 파장은 제한적이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반면 이번 파업의 화두인 성과연봉제는 대부분 은행원의 이해관계가 걸린 만큼 실제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관련 파장은 이전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이르면 이번주 중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공개한다. 가이드라인에는 동일 직급이라도 성과에 따라 연봉을 최대 40%까지 더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금융공기업안과 비교해 한층 강도 높은 성과연봉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들은 발표되는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바탕으로 개별 협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 산업 자체의 성장이 멈춘 상황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노조도 현재 금융 환경을 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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