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내수부진으로 식음료업계의 주도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기발한 아이디어와 이색적인 발상을 앞세운 제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층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취향을 만족시키고 새로운 시장까지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전략인 셈이다.
CJ제일제당은 과일을 발효해서 만든 음료 ‘쁘띠첼 워터팝’을 최근 선보였다. 이 제품은 기존 과일발효 식초 ‘쁘디첼 미초’보다 농도를 8배 이상 농축해 생수나 탄산수 등에 타서 무더운 여름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60㎖ 용량의 제품 하나만 있으면 20잔의 과일음료를 만들 수 있어 가정에서는 물론 여행이나 캠핑용으로도 제격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아워홈의 ‘손수 김치말이 국수’도 출시하자마자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최초로 김장독 발효기술을 적용해 전문 음식점에서나 접할수 있었던 김치말이 국수를 가정에서 편하게 맛볼 수 있다는 게 인기의 비결로 꼽힌다. 기존 간편식 시장을 주도했던 냉면, 막국수, 콩국수 대신 김치발효 육수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것도 김치말이 국수의 경쟁력이다.
미스터피자가 내놓은 ‘스노잉쉬림프’도 고정관념을 깬 상품이다. 여름철을 겨냥해 선보인 이 제품은 피자 도우 위에 통새우를 얹고 치즈와 코코넛을 눈처럼 뿌려 마치 한겨울에 함박눈이 내린 것 같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기존 피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외양에 토핑까지 푸짐해 피자 비수기인 여름철이지만 고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제과업계도 이색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고객몰이에 뛰어들었다. 크라운제과가 여름 한정판으로 출시한 ‘아이스하임 바나나 초코썬데’는 여름철에 ‘초코하임’을 얼려 먹는 고객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탄생했다. 냉동했을 때 최적의 식감이 살아나도록 재료를 구성하고 초콜릿 아이스크림의 풍미를 이상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1년 넘게 제품 개발에 공들였다. 크라운제과는 올해 ‘하임’ 시리즈가 사상 최초로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한다.
삼립식품의 ‘천연효모 로만밀 통밀식빵’도 출시 2개월 만에 200만개가 판매되며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 제품은 SPC그룹과 서울대가 11년 동안의 연구 끝에 개발한 토종 천연효모에 통밀, 호두, 해바라기씨, 아마씨 등 슈퍼푸드 견과류를 넣었다. 출시되자마자 호평이 잇따르면서 베이커리 전문점 위주였던 식빵의 유통망을 일선 편의점으로 확대한 일등공신으로 자리잡았다.
식음료업계가 앞다퉈 이색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엇비슷한 제품만으로는 경쟁사와 차별화를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먹방·쿡방 등 요리방송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만족감)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가격대가 비슷하다면 조금 더 비용을 투자하는 가치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침체로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질수록 평범한 제품보다는 개성과 특색있는 제품을 찾는 소비경향이 두드러진다”며 “제조사 입장에서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신규 시장을 창출할 수 있어 앞으로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이색 제품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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