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 금메달에 도전하는 김현우(28·삼성생명)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그리고 레슬링에서 한국 선수단에 유일한 금메달을 안겼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끊겼던 레슬링 금맥을 이었다. 4년 전 66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현우는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는 체급을 올려 75kg급에서 또 한 번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금메달을 따게 되면 올림픽 2연패이자, 두 체급 석권이다. 이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심권호가 각각 48kg급과 54kg급을 연달아 석권한 이후 처음이다.
김현우는 고등학교 시절인 2008년 세계주니어선수권 대회 66kg급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가 당시 베이징 올림픽에서 ‘노 금메달’의 수모를 당하며 금맥이 끊겼던 터라 그에 대한 기대는 컸다. 2010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김현우는 그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회전 탈락하는 좌절을 맛봤다. 이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며 부활한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마침내 정상에 우뚝 서며 태극기를 휘날렸다. 부러진 엄지손가락과 퉁퉁 부은 눈으로 정상에 오른 감동적인 금메달이었다.
한국 레슬링에 8년 만의 금메달을 안긴 김현우는 동시에 자신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그리고 2013년 66kg급에서 74㎏급(현재 75㎏급)으로 한 체급을 올렸음에도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를 휩쓰는 놀라운 기량을 발휘했다. 2014년 루마니아 오픈에서 라이벌 로만 블라소프에 아깝게 패할 때까지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는 ‘불패 행진’을 벌였다.
66kg급에서 최강이던 파워는 한 체급을 올려서도 정상급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이어 광저우 아시안게임 탈락을 2014년 인천에서 금메달로 극복하며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올림픽 제패라는 레슬링계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랜드슬램은 박장순 현 자유형 대표팀 감독과 심권호 대한레슬링협회 이사에 이어 세 번째였다.
지난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예선 탈락하며 쓴맛을 봤지만, 오히려 그것은 올림픽을 앞두고 김현우에게 약이 됐다. 그는 나태해졌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달 리우올림픽 파견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3연속 폴승을 거두며 올림픽 진출을 확정했다. 김현우는 금메달보다 올림픽에서 후회없는 경기를 하는 것이 목표다. 자신에게 만족하는 경기를 펼치다 보면 결과는 따라오리라는 것이다. 김현우는 후회 없는 올림픽을 위해 오늘도 앞만 보고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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