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김모씨 등 144명이 서울 강남구청과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강남구청은 이들의 집에 쳐놓은 철망을 제거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들은 종전 권리자로부터 무허가건물을 양수하였을 뿐이므로 이 사건 가옥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않는 이상 소유권에 기반한 방해제거청구로서 철망의 철거를 구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원고들이 주장하는 주거권은 소유권이나 점유권 등 물권과 같이 방해제거청구의 권원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은 원고들의 권원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원고들이 이 사건 가옥을 양수해 점유를 이전받은 사람이라는 사정 등 만을 들어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했다”며 “이와 같은 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김 씨 등은 구룡마을 주민들로부터 권리포기각서를 받고 점유를 이전받는 방식으로 무허가건물에 거주했다. 이후 강남구청이 2009년 비어있는 구룡마을 무허가건물 564가구를 대상으로 사람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철망을 치는 등 폐쇄 조치를 하자 소송을 냈다. 이들은 1심에서는 폐쇄 조치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2심 들어 철망을 제거해 달라는 내용으로 주요 청구 취지를 바꿨다.
2심 재판부는 “강남구가 출입문에 철망을 설치한 권력적 사실행위를 한 것은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그 효력이 부정되는 당연무효라고 할 것”이라며 “강남구는 철망을 철거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이 같은 2심 판결을 잘못된 것으로 판단해 서울고등법원은 강남구의 철망설치가 적법했는지를 다시 판단하게 됐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