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들어 여소야대 구도가 되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복수를 벼르고 있다. 법인세 인상, 고소득자 과세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야당발 세금전쟁을 촉발한 상태다.
더민주가 믿는 구석은 예산부수법안(세입예산안 부수법안) 지정이다. 국회법 85조의 3에 따르면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은 매년 11월30일까지 심사를 마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해 12월2일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여야 합의가 없더라도 일단 예산부수법안으로만 지정되면 본회의 상정이 되는 구조다. 이때 예산부수법안의 지정권한은 국회의장에게 있다.
더민주는 야당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이 예산부수법안을 지정하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야당이 합심해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시나리오다. 이미 법인세법·소득세법 등은 예산부수법안에 해당한다며 공공연히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예산부수법안 지정 때문에 지난 2년간 당했던 것을 고스란히 되갚아주려는 것이다.
새누리당 출신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19대 국회 하반기에 정부·여당이 추진했던 상당수 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했고 이들 법안은 대부분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예산부수법안이라는 우회로를 이용해 본회의까지 올라간 법안은 2014년 담뱃세 관련 법이 대표적이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담뱃세 관련 법은 지방세이기 때문에 예산부수법안에 포함이 안 된다”고 주장했으나 정의화 의장은 개별소비세법·지방세법·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등을 모두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했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개정안 등 15건이 예산부수법안에 포함됐다. 사학연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신성범 새누리당 의원은 법안을 발의할 때부터 예산부수법안 지정을 통한 처리를 일찌감치 구상했다.
국민의당이 더민주의 세법개정안을 비판하고 있고 정의당 역시 일부 견해가 다르지만 야3당이 공감대만 형성하면 올해 말 야당발 세제개편은 일사천리로 가능해진다. 코너에 몰릴 수밖에 없는 새누리당은 벌써부터 이를 두려워하고 있다. 여당이 어떤 카드로 야당에 맞설지 여당의 협상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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