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런던올림픽 직후인 2012년 10월부터 대표팀 코치를 맡아왔습니다.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맞는 첫 올림픽이 최 코치는 누구보다 설레고 한편으로는 긴장된다고 했습니다.
최 코치의 이름을 포털사이트에 치면 연관검색어로 ‘파이셔’가 뜹니다. 오스트리아의 루트비히 파이셔(35)인데요, 2008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한판패를 당하고도 승자인 최민호의 손을 번쩍 들어주며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넸던 바로 그 선수입니다. 당시 파이셔는 국내에서 한동안 인기를 누릴 정도로 화제가 됐고 그의 행동은 스포츠맨십의 모범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전 경기 한판승의 신화를 썼던 최민호가 리우에서 바로 그 파이셔와 재회했습니다. 여전히 현역선수인 파이셔가 올림픽 대표팀에 다시 합류하면서 최민호와 파이셔는 코치-선수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마주하게 된 거죠.
베이징올림픽 당시 얘기를 꺼냈더니 최 코치는 다시 선수로 돌아간 듯 눈을 반짝이며 그때 기억을 조목조목 들려줬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는 베이징 때의 무용담보다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의 아픔을 더 많이 얘기해준다고 합니다. 당시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 유력 후보였던 최민호는 8강 경기 중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패자전으로 밀렸고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죠. 최 코치는 “그때 (이)원희는 금메달을 땄는데 저는 못 땄거든요. 부담감이 많아 보이는 선수한테는 그때의 얘기를 자주 해줘요”라고 말하며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모든 대회에서 3등만 했던 2007년의 징크스도 단골 레퍼토리입니다. “그런 경험들이 저한테는 결국 약이 됐으니 중압감에 시달리는 선수들한테 다가갈 때 좋은 얘깃거리가 됩니다.” 최 코치는 훈련량은 어마어마한데 큰 경기에 대한 부담을 떨치지 못하는 선수들이 유독 눈에 밟힌다고 합니다. 아마도 제자들에게서 옛날 자신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겠죠.
한국 남자유도는 이번 올림픽에서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금메달에 대한 기대도 어느 때보다 높지만 최 코치는 ‘금메달이 아니어도 행복할 정도로 열심히 한’ 제자들이 이미 누구보다 자랑스럽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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