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올해 SK그룹 정기 인사에선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들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대부분 유임될 예정이다. 안정적인 경영 체제 하의 혁신을 추진한다는 의미가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내년 초부터 각 계열사 이사회를 거쳐 SK㈜,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의 등기이사직에 복귀할 예정이다. 이는 내년 1·4분기 열릴 계열사별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SK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책임경영을 보다 강화하고 이를 통해 나라 경제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기 위해 등기이사직에 복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16일 발표될 2016년 사장단 인사에선 당초 예상과 달리 소폭의 변화만이 이뤄진다. 지난해 CEO로 임명됐던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 등이 유임된다.이밖에도 주력 계열사 CEO 대부분이 유임되고,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수펙스 위원들도 전원 자리를 지킬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관료 출신 컨설턴트인 심승택 씨 등 일부 임원을 영입해 에너지, 화학사업의 성장에 박차를 가한다.
SK그룹 안팎에서는 그동안 실적이 부진했던 일부 계열사의 CEO가 임기를 불문하고 교체될 가능성이 거론됐다.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최태원 회장이 인사 쇄신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각에 대해 SK측은 “1년 만에 CEO를 교체한 전례도 없고 제대로 경영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 그룹의 경영 문화”라고 설명해왔다.
특히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경우 임기가 1년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때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란 관측이 대두됐지만, 최 회장이 부재한 동안 SK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온 공로를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8월 제주도에서 열린 그룹 CEO 세미나에서도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SK그룹이 흔들림이 없었던 것은 김창근 의장과 각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수펙스추구협의회가 ‘따로 또 같이’ 3.0 체제의 구심점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격려했다.
주요 계열사 CEO들의 유임과 별개로 삼성전자에서 비메모리반도체인 시스템LSI를 책임지나가 SK그룹에 영입된 임형규 SK하이닉스 부회장 역할은 보다 확대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메모리반도체 중심인 SK하이닉스의 사업군을 비메모리쪽으로 좀 더 강화시키는 쪽으로 바꾸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수펙스 위원들과 주요 계열사 CEO들의 유임 대신, 최 회장은 등기이사로서 각 계열사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는다. 등기이사는 주주총회소집과 대표 이사 선임, 각종 투자 등 회사 경영 전반에 걸쳐 중요사항을 결정하며 경영의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최 회장은 수감 전까지 ㈜SK·SK C&C·SK이노베이션·SK하이닉스 등 4개사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지만 지난해 3월 징역형이 확정된 뒤 모든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최 회장은 이들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복귀해 그룹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사업 지주회사인SK㈜는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 반도체 등 그룹 차원의 핵심 사업을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지난 8월 기존 SK C&C와의 통합 회사로 출범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최 회장이 직접 46조원 상당의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기도 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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