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산업전시회 ‘하노버 메세 2016’.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총출동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 전시장에 나타나 주목을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개막연설에 이어 메르켈 총리와 함께 제너럴일렉트릭(GE), 지멘스 등 주요 기업의 부스를 2시간가량 관람했다.
이 전시회의 화두는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등의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한 산업 자동화였다. 이것이 곧 4차 산업혁명이다. 미국과 독일은 세계 제조업 부흥을 이끌고 있는 양대 강국이라는 점에서 이들 국가의 정치 지도자가 4차 산업혁명에 깊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 전시회에서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물론 굴지의 대표기업 관계자들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름이 알려진 한국의 참가 기업은 현대중공업·한전·LS산전 등 3개사 정도였다. 중소 소프트웨어(SW) 회사 등을 포함해도 71개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은 주최국 독일을 제외하면 최대 규모인 629개 기업이 참가했다.
4차 산업혁명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 혁신적 융복합으로 전통 기업과 산업구조는 물론 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류는 1~3차 혁명 때보다 더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 분명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승자 독식’이 특징으로 혁신 경쟁으로 먼저 표준을 만들고 흐름을 선도하지 못하는 국가와 기업은 설 자리가 없다. 노키아·파나소닉·소니·모토로라 등 이미 수많은 기업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일본 등의 선진국은 물론 우리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중국까지 4차 산업혁명 선점을 위해 국가는 국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피 말리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준비는 어떠한가.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끈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은 약화하고 수출과 내수의 부진으로 성장과 일자리 창출력은 크게 둔화된 상황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도 한국은 여전히 ‘패스트 팔로어’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리스크가 두려워 신규 투자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고 정부는 제대로 된 국가 차원의 마스터플랜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광복 71주년 경축사에서 4차 산업혁명과 ‘신산업’ 창출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늦었지만 환영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국가와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죽느냐 사느냐’의 서바이벌 게임이다. 안일하게 대응하다가는 벼랑 끝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처럼 정부와 관료가 앞에서 기업들을 이끌어간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한발 앞서 나가는 나라들은 민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마음 놓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데 그쳐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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