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행정2부(이균용 부장판사)는 틱 장애(투렛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모(24)씨가 “장애인 등록 신청을 받아달라”며 지자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씨 승소로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틱 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얼굴이나 목, 어깨 등 신체 일부를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운동 틱) 이상한 소리를 내는(음성 틱) 장애다.
법원은 “중증 틱 장애는 일상 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복지법상 지원 대상으로 지정하지 않는 것은 정부가 입법을 게을리 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씨는 초등학교 때 운동 틱과 음성 틱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 병원에서 투렛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자신도 모르게 선생님한테 욕을 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크게 소리를 지르는 등 증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대학병원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았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성인이 돼서도 장애가 계속돼 군대도 면제 받았고 외부와 사실상 단절된 생활을 했다.
결국 이씨는 지난해 지자체에 장애인등록 신청을 했다. 하지만 지자체는 틱 장애가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정해진 등록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등록장애인은 국가로부터 재활상담, 자녀교육비 지원, 이동수단 지원, 장애수당 등을 받을 수 있다. 이씨는 등록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다.
1심은 “국가가 한정된 재원에서 일정한 종류와 기준에 해당하는 장애인을 법으로 우선 보호하도록 한 것은 평등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씨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우선 투렛증후군이 1만명 중 4~5명에서 나타나며 만성 틱 장애도 1%의 아동이 경험하는 등 일반화된 장애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틱 장애로 진료받은 인원만 2013년 기준 1만7,000여명에 이른다.
이씨처럼 증상이 심각한 틱 장애는 등록장애인으로 보호 받는 다른 장애와 비교해도 일상 생활에서의 제약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일례로 뇌병변 장애의 경우 보행 제한이 경미한 경우도 5급 장애로 등록될 수 있다.
재판부는 “틱 장애는 이씨처럼 오랫동안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주는 경우가 있음에도 등록대상 장애인에서 제외한 것은 입법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행위)이며 헌법의 평등규정에 위반한다”고 밝혔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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