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채권을 굴려 손쉽게 벌어들인 돈을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 운용 과정에서 날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인기상품에 역량을 집중하는 ‘몰빵’ 식 영업·투자 전략이 한계에 봉착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29일 국내 54개 증권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조2,3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3.3%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순이익 규모가 크게 감소한 결정적인 이유는 파생상품 관련 손실이 1조7,0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불어난 탓이다. 이 같은 손실액은 저금리 덕분에 앉은 자리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채권투자 수익과 맞먹는 금액이다.
상당수 ELS 상품이 기초자산으로 삼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가 지난해 하반기 폭락한데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영향으로 유로스톡스(Eurostoxx)50 지수까지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증권사의 파생상품 관련 손익은 올해 들어 2분기 연속 8,0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주식 관련 손익도 지난해 상반기 5,26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335억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채권 투자로 벌어들인 돈은 늘어났다. 국내 증권사의 상반기 채권 관련 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5% 늘어난 3조3,087억원으로 집계됐다.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면서 채권 가격이 오른 혜택으로 앉은 자리에서 돈을 번 셈이다. 민간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가 적극적으로 운용을 한 분야에서는 돈을 잃고 채권에 묻어둔 돈만 저금리 기조 덕분에 늘어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증권사의 주된 수입원으로 꼽히는 수수료 수익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은 3조7,4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했다. 안정적인 수입원인 주식 매매 수수료는 거래량 감소로 17.9% 준 반면 상장(IPO)주관 등 투자은행(IB) 관련 수수료는 10.3% 증가했다.
금감원은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신흥국 경기 불안 등 파생결합증권 운용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에 대비해 증권사의 자체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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