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에 발목 잡힌 정부가 집권 마지막 해에 ‘반쪽’ 경기부양을 선택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은 올해보다 3.7% 늘어나 사상 처음으로 나라살림 400조원 시대가 열린다.
하지만 경기부양 효과가 높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2년 연속 대폭 깎인데다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일자리 예산도 실제 증가분은 올해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를 살리는 적극적인 재정정책보다는 국가부채 등 재정 건전성에 무게를 둔 임기 말 ‘관리 모드’로 돌아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박근혜 정부 재정운용의 실패와 한계를 보여준 예산”이라며 예산심의 과정에서의 맹공을 예고했다.정부는 30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의 386조4,000억원보다 14조3,000억원(3.7%) 늘린 400조7,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총지출 규모는 400조원을 돌파했지만 증가율은 지난해 3.0%(국회 통과는 2.9%)에 이어 2년 연속 3%대에 머물렀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을 포함한 총지출 395조3,000억원에 비해서는 1.4% 증가한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의 중점편성 방향을 △일자리 창출 △미래 성장동력 확충 및 경제활력 제고 △저출산 극복 등을 통한 민생안정 등으로 잡았다. 복지 등 9개 분야 예산이 증가했고 SOC, 산업, 외교·통일 등 3개 분야는 줄었다.
보건·복지·노동 등 복지 예산은 5.3% 늘어난 130조원이 편성됐다.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4%로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갔다. SOC 예산은 올해(-6.0%)에 이어 내년(-8.2%)에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다. 내년 가장 증가폭이 큰 분야는 일자리 예산으로 1조7,000억원(10.7%)이 늘어난다. 그러나 올해 1조8,000억원(12.8%)보다는 규모도 증가율도 낮다. 본예산의 총지출 증가율을 비교해보면 상대적인 증가폭은 더 작다는 분석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8조1,000억원으로 올해보다 9조원가량 감소하고 국가채무는 682조7,000억원으로 38조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올해 2.3%에서 내년 1.7%로 0.6%포인트 내려간다. 국가채무 비율은 40.1%에서 40.4%로 다소 높아진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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