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진해운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현대상선의 한진해운 핵심자산 인수’라는 카드를 선택한 것은 최소 비용으로 두 국적 선사가 합병하는 효과를 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세계 7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의 해외 영업망 등 핵심자산을 인수할 경우 내년에 새로 출범하는 해운동맹 2M에서 현대상선의 입지도 탄탄해지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해운업황이 단시일 내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뜩이나 경영난을 겪는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자산을 인수하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류 대란 ‘소방수’로 현대상선 투입=현재 95척의 한진해운 소속 선박에 54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컨테이너가 실려 있다. 화물운송을 맡긴 화주는 전 세계 8,181곳, 국내만 해도 847곳에 달한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하게 되면 소속 선박들은 억류되고 화물들은 중간 기항지에 강제 하역하게 된다. 결국 화주들은 다른 선박을 섭외해 54만개에 달하는 컨테이너를 찾아와야 하지만 8~10월은 원양항로 성수기라 선박 섭외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대상선의 선박을 긴급 투입(미주노선 4척·유럽노선 9척)하기로 했다. 또 한진해운이 소속된 얼라이언스 CKYHE에 선박 재배치도 요청할 계획이다.
◇알짜자산 매입에 최대 4,000억원 소요 예상=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한 후 청산 절차에 들어가면 여기서 나오는 자산들 중 알짜만 골라서 담을 계획이다. 선박의 경우 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는 37척이 우선 대상이다. 한진해운의 자구안에 포함됐던 롱비치터미널과 광양터미널·HPC터미널 운영권 등도 포함된다. 핵심은 한진해운의 네트워크와 인력이다. 한진해운은 70여개의 원양노선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지역 화주들과도 탄탄한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원양노선 1개를 구축하는 데만 1조5,000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한다. 인력 흡수는 곧 원양노선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에서는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핵심자산을 인수하는 데 대략 3,000억~4,000억원가량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주주인 산은이 대출 형식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박펀드 발주 축소 불가피=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선박을 상당수 인수하게 되면 당초 정부가 초대형 선박 건조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선박펀드의 활용도는 크게 위축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현대상선 자체적으로 초대형 선박으로 분류되는 1만3,000TEU급 선박 10척을 보유하고 있고 한진해운은 9척이 있다. 발주물량을 포함해 총 22척의 초대형 선박을 보유하고 있는 MSC에 버금가는 규모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다만 “선박펀드는 노후 선박을 초대형 에코십으로 교체하도록 지원하는 차원”이라며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선박 매입규모 등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위적으로 몸집을 키우는 게 오히려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상선이 글로벌 얼라이언스 2M에서의 태평양 항로를 독점할 수 있다는 게 정부와 채권단의 판단이지만 해운 업황이 여전히 공급과잉 상태다. 더구나 지난 6월 파나마 운하가 확장 개통하면서 해운 업체들은 운임단가를 낮추며 경쟁하고 있다.
/조민규기자 세종=구경우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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