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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clip] 우리가 곤충을 먹어야 하는 진짜 이유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에는 생존을 위해 사람들이 ‘바퀴벌레 양갱’을 먹는 장면이 나오죠. 그걸 보면서 ‘으~ 말도 안 돼’라고 눈살을 찌푸렸을 텐데요.

지구 기후변화에 따른 인류 멸망을 배경으로 한 설국열차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식량 위기 극복을 위해 곤충을 먹게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향후 인류의 육식 섭취량이 늘어나면서 소·돼지 등 가축으로만 단백질을 섭취할 수 없어요. 30여년 후면 살기 위해 곤충을 먹어야 할 거예요.”

최근 UN이 2050년엔 소·돼지 등의 가축으로는 감당 못할 만큼 식량이 고갈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까지 먹여 살릴 미래 식량으로 꼽힌 식용 곤충! ‘식충(食蟲) 시대’를 앞두고 식용 곤충을 연구하는 국내 최초 식용곤충 레스토랑 ‘빠삐용의 키친’ 총괄 셰프를 만났습니다.





빠삐용의 키친을 운영하고 있는 최영우 교육생(왼쪽부터), 박주헌 총괄셰프, 이준엽 수셰프(Sous chef:프랑스어로 ‘요리사의 아랫사람’이라는 뜻으로 주방에서 두번째로 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요리사).


저는 한국식용곤충연구소 지식협동조합 메뉴개발 연구원이자 빠삐용의 키친 총괄 셰프 박주헌(27)입니다. 빠삐용의 키친은 국내 1호 식용곤충 레스토랑으로 영화 ‘빠삐용’의 주인공이 감방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바퀴벌레를 먹는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 지은 이름이에요. 빠삐용이 프랑스어로 호랑나비라는 뜻으로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이 되자는 의미를 갖기도 하고요. 디저트부터 한식, 중식, 양식 등으로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고 있어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식용곤충에 주목한 사람은 바로 ‘빠삐용의 키친’과 한국 식용곤충연구소 대표인 김용욱(40)씨입니다. 그는 2012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포럼에 참가했다가 미래의 주목할 식량으로 ‘곤충’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대표님과 함께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죠.



외식조리학과에 입학했을 당시 일류 셰프를 꿈꿨어요. 졸업 후에도 남산 하얏트 호텔 이탈리안 조리 파트에 취업했죠. 남들이 꿈꾸는 일급 호텔에서 일하면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지만 막상 저는 반복되는 일상에 퇴근 시간만 기다리게 되더라고요. 뭐하고 사는 건가 싶을 정도로 방황했던 것 같아요. 그때 마침 지금의 대표님이자 저의 은사님이 ‘식용곤충 사업’ 제안을 했고 그 기회를 잡았어요. 하지만 사실 호텔일 할 때보다 지금이 몇 배나 더 바쁘지만 그만큼 하루를 알차게 보내니까 살아있는 기분이 들어요.





UN에 따르면, 2050년에 세계 인구가 91억 명으로 늘어 소·돼지고기로는 식량을 감당 못할 시기가 온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해답은 식용 곤충입니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영양이 풍부하고, 환경에 부담을 덜 주면서 세계 어디서나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곤충이 최적의 미래 식량이죠. 지금도 전세계 113개국에서 약 20억 명이 2,000여종의 식용 곤충을 먹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2차 곤충산업육성을 계기로 식용 곤충으로 만든 음식들이 널리 알려지길 바라고 있어요.







지난해 11월,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멈춰 서더니 말끔한 양복을 입은 남자분이 저희 가게로 오셨어요. 평소 고객들을 비춰볼 때 양복 입은 남성이 혼자서 방문하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혼자서 수프, 파스타, 디저트로 구성된 음식을 시킨 그는 순식간에 그릇을 싹싹 비우더라고요. 그러더니 대뜸 “음식 안에 곤충이 들어있다는 것을 전혀 못 느끼겠어요. 식용 곤충은 제2의 반도체가 되겠군요” 라며 감탄하더군요. 식용 곤충식을 반도체에 비유한 그는 알고 보니 이윤우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었어요. 그는 6개월 뒤에 저희 회사에 투자를 하기로 했죠.



흔히 식용 곤충 음식을 떠올리면 벌레가 박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외적으로 고객들의 거부감이 높아서 분말이나 액상 타입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분쇄된 식용 곤충을 식재료로 다룰 때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곤충의 영양소를 그대로 살리되, 특유의 맛과 향취를 없애는 작업이었어요. 특히 일반 밀가루와는 달리 식용 곤충 가루는 지용성이라 물에 쉽게 잘 뭉쳐지지가 않아요. 이 작업을 완성하기까지 거의 반년이나 걸렸어요. 하지만 식용곤충식이라는 것이 아직 국내에선 모든 게 다 새로운 분야기 때문에 더 열심히 개발해야죠. 마치 제가 발명가가 된 기분입니다.





고객 연령층은 다양해요. 주로 인터넷 커뮤니티나 이색 레스토랑을 선호하시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시죠. 특히 최근엔 초등학생 자녀와 부모가 많이 방문하고 있어요. 과학 시간에 곤충에 대해서 배우게 되니까 관심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스타트업 기업이라 당장 큰 수익을 얻기는 힘들죠. 특히 이 레스토랑은 한 테이블만 운용하고 있어요. 얼리티타임부터 점심 2팀, 오후 티타임 2팀, 저녁 2팀, 총 하루에 7팀만 받을 수 있죠. 하루에 받을 수 있는 인원 자체가 한정적이다 보니 매출도 한정적이지만, 내달까지 예약이 꽉 차있을 만큼 식용곤충을 바라보는 시선이 호의적이어서 매우 뿌듯해요.



저희 연구소의 가장 큰 목표는 곤충으로 만든 고단백 식품으로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죠. 그래서 다 함께 식용곤충으로 만든 ‘건빵’을 만들어 매달 캄보디아와 탄자니아에 보내고 있어요.



한국식용곤충연구소에는 크게 선임 연구원, 사업팀, 마케팅 세일즈팀, 메뉴 개발팀 등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세세하게 업무 파트를 정해놓긴 했지만 사실 모든 과정에 다 같이 연구하고 있어요. 최근엔 프랜차이즈 개발 및 기업 납품(B2B, B2C) 등의 대규모 사업 확장을 준비 중이에요. 올 초엔 반려동물 식품을 출시해서 각종 병원에 납품 중인데 반응이 좋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우선 제 목표는 저만의 요리 색을 찾는 거예요. 아직까진 국내에서는 식용곤충 메뉴얼이나 레시피가 거의 없어서 만드는 모든 것이 새로운 것이지만 이왕이면 제대로 만들고 싶어요.



중학교 특별 활동 시간에 식용 곤충 요리 과정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박주헌 셰프


식용곤충사업에 있어서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중화’예요. 그래서 최근엔 꾸준히 중고등학교 특별활동 시간에 강의를 나가고 있어요.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에게 식용곤충의 필요성과 음식 조리 과정을 실습하고 있죠. 호기심이 많은 나이라 그런지 반응이 아주 뜨거워요.



빠삐용의 키친은 식용 곤충 요리를 개발하고 홍보를 위해 만든 파일럿 식당이에요. 일반인들에게 곤충요리를 거부감 없이 전파하는데 목적이 있죠.

그래서 다양한 곤충을 활용한 레시피를 꾸준히 개발 중인데 현재 이 레스토랑에선 밀웜(Mealworm: 갈색거저리애벌레, 우리말로 ‘고소애’)으로 만든 요리만 선보이고 있어요. 왜냐면 메뚜기 등의 다른 곤충들의 단가가 너무 비싸서 아직 대중에 선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죠. 수요가 많아야 단가가 낮아지고 대중화가 될 텐데 지금은 재료 공급이 쉽지 않아요. 식용곤충 연구에 대한 투자가 부족합니다. 정부 투자가 이뤄져서 얼른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었으면 좋겠어요.



박주헌 셰프(사진)은 많은 사람들에게 식용 곤충에 대해 알리기 위해 빠삐용의 키친을 운영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각종 박람회에서 강의 및 요리 시연을 하고 있다.


요리할 땐 매우 적극적이지만 평소엔 굉장히 수동적인 성격이에요. 특별한 계획이 없으면 쉬는 날엔 정말 무념무상으로 쉬거든요. 모든 기와 에너지를 일할 때 다 쏟다보니까 쉴 때는 다 내려놓는 것 같아요.

저는 취미가 많아요.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고 등산도 좋아하고 운동도 좋아하고. 요즘 새롭게 생긴 취미는 스킨 스쿠버예요. 육지 세상과는 또 다른 해저 세상을 보면 마치 미래의 모습이 상상이 되더라고요. 늘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취미로 즐기는 것 역시 창작 활동 아닐까요?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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