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당장 물류대란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는 2,000억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공해에 떠 있는 한진해운 소속 선박들이 세계 각국의 항만에 정박하고 화물을 내리는 데 드는 비용과 그동안 밀린 상거래 채권 중 일부를 갚는 데 필요한 자금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한진그룹 차원에서 자금을 지원하고 부족분에 대해서는 채권단이 담보를 잡고 대출을 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당장 바다에 떠 있는 화물의 하역이라는 긴박한 문제는 한진그룹과 대주주가 사회적 책임을 지고 해결 방안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지난달 한진그룹이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에 올해 중으로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당장의 물류대란 해소비용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한진해운 소속 선박 79척이 압류되거나 입출항이 금지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컨테이너선은 61척으로 32만5,000TEU의 화물이 실려 있다. 이를 인근 항만에 하역하기 위해서는 유류비와 항만 사용료 등 700억~1,000억원 안팎이 들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다 일부 국가에서는 한진해운이 그동안 미지급한 하역료 등의 납부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추가 자금 소요를 고려하면 2,000억원 수준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 역시 이날 한진해운 소속 선박들이 각국의 항만에서 짐을 내리기 위해 시급한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와 같은 물류대란이 이어질 경우 국가적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한진해운의 우량자산 매각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필요자금은 1,700억원가량으로 관측했다. 법원 관계자는 “회생기업 신규대출(DIP)은 우선순위 변제를 보장하는 만큼 ‘세는 돈’이 될 염려가 적다”며 “현재 상황이 이어지면 한진해운의 우량자산 매각 등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므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대한 긴급 자금지원에 나선 데 대해 대한항공 주주들이 경영진을 대상으로 배임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권단이 아무런 담보 없이 지원에 나선다면 이 또한 배임으로 볼 수 있다”며 “결국 누가 책임을 지느냐는 문제로 채권단보다 모그룹이 나서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채권단, 대한항공은 법원과 회수 가능성 등에 대한 논의를 거쳐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해소를 위한 자금지원 방식과 규모 등을 확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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