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넥타이를 맨 한 중소기업 대표가 연단에 올랐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4분의 시간 동안 직접 만든 구강세정기의 장점을 설명했다. “여기 계신 분들에게만 특별히 반값에 판매하겠다. 마지막 기회를 잡으시라”고 말하자 이를 지켜보던 중소기업 사장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수백억 매출의 중소기업 사장들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영업맨이었다.
6일 오전 7시부터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중소기업 간 바겐세일을 표방한 ‘블랙 튜스데이’ 행사가 열렸다. 서울특별시가 선정한 우수 중소기업단체인 하이서울브랜드기업협회와 서울산업진흥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20여명의 중소기업인들이 참석해 자신의 제품을 동료 중소기업인들에게 팔고 다른 동료의 제품을 샀다. 판로개척과 재고부담 문제를 안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추석명절을 앞두고 시도하는 일종의 품앗이인 셈이다.
중소기업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 매출교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총 16개 중소기업이 자신들의 제품을 행사장 뒤 편에 마련된 매대에 올려 놓았다. 마스크팩과 미용기구, 압박스타킹, 구강세정기, 칫솔 같은 생활필수품에서부터 에어컨, 공기청정기, 3D프린터까지 제품군은 다양했다.
김기홍 하이서울브랜드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온라인몰을 통해 판매하던 것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옮겨왔다”며 “마케팅 여력이 달리는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 판로인데 필요한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고 재고도 처리할 수 있어 윈윈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사에 참석한 중소기업인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박미경 포시에스 대표는 “동료 중소기업인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의 제품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며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직원복지나 고객판촉물을 마련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요섭 디자인파크개발 대표 겸 하이서울브랜드기업협회 회장은 “중소기업 간 거래는 매출증대 뿐만 아니라 서로가 상부상조하는 품앗이 문화를 형성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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