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도 한은이 현행 1.25%인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었다.
무엇보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우려가 크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8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도 이 같은 분위기는 잘 나타난다.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하기로 결정하면서 경제성장 및 물가 경로 불확실성이 매우 높고, 가계부채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는 등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수 차례 강조했다. 한 금통위원은 “올해 1~7월 중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6월 이후 은행 일반주택담보대출의 증가폭이 대출 금리 하락과 함께 확대됐다는 점에서 금리인하에 따른 영향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8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8조7,000억원 증가해 역대 두 번째 규모의 증가 폭을 기록했다.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적용 등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억제책이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제 2금융권으로 옮아가는 대출수요 때문에 비은행의 가계부채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로 인해 2·4분기 가계부채는 전 분기 대비 33조원이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1,250조원을 돌파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지난 달 주택 공급 억제를 골자로 하는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놓았는 데, 한은도 당분간 정책의 효과를 지켜볼 것이라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다만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등 하반기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는 악재들이 여전한 상황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는 12월 이전에 한은이 움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외 변수는 안정적이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글로벌 금융자본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으로 몰리면서 신흥국 통화가 동반 강세를 보일 만큼 투자 심리가 살아나 있다. 이로 인해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은 1,090원대까지 내려 앉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도 낮아졌다. 중국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크게 준 상황이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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