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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의 원심력과 구심력

FORTUNE’S EXPERT | 운창현의 '글로벌 전망대'

IMF는 지난 4월 브렉시트 직전, 2017년 영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브렉트시 결정 이후 7월에는 영국의 2017년 전망치를 1.3%로 낮추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가 영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영국 경제로부터의 탈출을 뜻하는 원심력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영국으로의 자본유입을 촉진하는 구심력이다. 현 시점에서는 원심력과 구심력 모두가 작동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힘이 더 크게 작동할지는 불확실하다. 영국의 상황을 잘 살펴보고 우리 국익에 끼칠 수 있는 부정적 파급 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

지난 6월 23일 영국은 브렉시트, 즉 영국의 EU 탈퇴를 결정하였다.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EU 내 영국의 회원국 지위 조정을 위한 협상과 더불어 영국의 EU 탈퇴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를 공약으로 내건 것이 화근이었다. 실제로 국민투표가 실시되는 과정에서 분위기가 바뀌면서 캐머런 총리의 자충수가 되어버렸다. 이민자 문제, 영국의 과도한 분담금 문제, EU 내 영국의 위상 문제 등이 이슈화되면서 상황이 바뀌어버렸다. EU 법체계가 영국법보다 상위로 취급되는 상황에서 EU 의회 결정이 영국에 불리하게 진행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제 영국은 EU에 탈퇴 의향서를 공식적으로 접수시킬 것이고 EU 회원국들과 2년에 걸쳐 관세, 국가 간 이동 등 전반적인 사항에 대한 협상을 진행한다. 그리고 협상 기간 2년이 지나면 EU에서 탈퇴하게 된다. 영국 경제는 상당 부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영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한 것을 보면 이러한 부분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IMF는 지난 4월 브렉시트 직전, 2017년 영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브렉시트 결정 이후 7월에는 영국의 2017년 전망치를 1.3%로 낮추었다. 석 달 사이에 무려 0.9%p나 낮춰 수정한 것이다. 영국경제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대략 2조8,500억 달러임을 감안하면 GDP 규모가 브렉시트 이후에 기존 예측치보다 무려 260억 달러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전반적인 실물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주목할 부분은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로부터의 탈출 효과, 즉 원심력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일부 분야에서는 영국으로의 자본유입을 촉진하는 구심력으로 작동하고 있는 부분도 나타난다는 점이다. 물론 원심력과 구심력은 상대적이기는 하다.

금융이 발달한 영국에서 브렉시트 이후 금융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금융 패스포팅(passporting)’ 이슈이다. 한 금융기관이 EU 국가들 중 한 국가에서만 설립 인가를 받으면 다른 모든 EU 국가에서 별도 인가 없이 자유롭게 영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가 금융 패스포팅 제도이다. EU 탈퇴가 최종적으로 결정되더라도 이 제도가 유지되면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굳이 다른 곳으로 옮길 이유가 없다. 이렇게 되면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 경제로부터의 탈출 유인, 즉 원심력은 줄어든다.

영국에서 금융산업의 역할은 막강하다. 전체 일자리의 7.4%, GDP의 11.8%, 그리고 정부 조세 수입의 11%를 점유할 정도이다. 금융산업이 타격을 입지 않고 유로·달러 시장이 큰 문제 없이 유지되기만 해도 브렉시트의 부정적 영향은 상당 부분 감소한다. 그러나 런던의 EU 금융 패스포팅이 무효가 되면 상당한 원심력이 작동할 것이다. 파리,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 더블린 등이 그 대안으로 거론되면서 영국에서 영업을 하는 많은 금융기관들이 영국을 빠져나갈 것이다.

원심력은 영국 부동산 시장에서도 작동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영국을 탈출할 것이라는 예상을 토대로 투자자들이 영국 부동산 투자 펀드 환매를 요청하면서 문제가 이미 불거진 바 있다. 브렉시트 직후 영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 펀드인 M&G 인베스트먼트는 44억 파운드(약 6조7,000억 원) 규모의 부동산 펀드에 대한 환매를 중단했다. 아비바 인베스터스 부동산펀드의 경우도 18억 파운드(약 2조7,000억 원) 규모 펀드의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은행들의 경기 대응 자본 완충 비율을 0.5%에서 0%로 낮추면서 자본 확충 의무를 연기해 주었다. 그 이후 일단 금리를 동결하였다가 다시 0.25%로 낮추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원심력으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구심력으로도 작동하고 있다는 예도 나타나고 있다. 파운드화 가치 하락과 직결되어 영국 경제로의 구심력이 작동하고 있다. 영국의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브렉시트 바겐세일이 바로 그 예이다. 브렉시트 직후 미국 은행 웰스파고는 런던 금융 중심지인 시티 지역에 건설 중인 ‘33센트럴’ 빌딩을 3억 파운드(약 4,500억 원)에 매수하였다. 웰스파고는 2018년까지 유럽 본부를 이 건물로 옮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가는 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들어오는 힘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경우 영국 회사인 ARM홀딩스 인수를 결정한 바 있다. ARM은 삼성과 애플 등의 스마트폰에 쓰이는 반도체칩을 설계하는 회사다. 인수대금은 234억 파운드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 43%를 추가하여 ARM 주주들에게 현금으로 주식매수대금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도 전략산업에 속하는 ARM의 인수합병 건을 조기에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심력이 조금이라도 잘 작동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다. 브렉시트 충격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상황에서 파운드화 급락은 영국으로의 자본이동에 구심력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영국에 구축된 금융 인프라는 상당하다. 유로·달러 시장이 발달하면서 법률, 회계, 컨설팅은 물론 핀테크까지 잘 발달되었다. 지역금융센터 중에서 세계 1위의 명성이 금방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금융기관들이 숙고를 할 것이다.

하지만 영국을 포함하여 미국까지도 최근 고립주의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고립주의적 움직임은 장기적으로는 악재이고 결국은 원심력으로 작동할 것이다. 만일 이런 식의 원심력이 강하게 작동하면 구심력은 약해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내부 상황이 여러 가지로 악화되면서 선진국들은 이제 체면을 다 던지고 자국 이익부터 챙기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대세가 될 수도 있다는 면에서 이를 잘 지켜보아야 한다. 우리도 국익을 최우선으로 놓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심상치 않은 선진국들의 움직임에 대해 민첩하게 대응하면서 원심력과 구심력을 잘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윤창현 교수는…
▲1960년 충북 청주▲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2015 한국금융연구원장 ▲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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