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등기이사 선임을 통해 경영전면에 나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 선임 발표 이후 첫 대외행보로 인도 방문을 택한 이유는 뭘까.
이 부회장은 15일(현지시간)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예방했다.
인도 총리실과 삼성전자 인도법인, 삼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모디 총리를 만나 50분간 대화하면서 삼성의 인도내 사업추진 현황과 사회공헌활동을 소개하고 사업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는 조현 주인도 한국대사도 참석했다.
이 부회장이 추석 명절에 인도를 전격 방문한 것은 갤럭시노트 7 대규모 리콜 사태로 위기상황이 초래되고 있는 것에 대해 해외 정상과의 회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물론 노트 7 사태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투자에는 변함이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은 인도에서 스마트폰·가전 공장과 연구소 등을 통해 모디 총리의 메이크 인 인디아, 디지털 인디아, 스킬 인디아 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인도 정부와의 지속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인도를 전략거점으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또 모디 총리에게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단순한 외국인 투자자(외자기업)가 아니라 진정한 현지업체(로컬기업)가 되고자 한다”면서 “인도의 미래를 같이 고민하는 동반자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모디 총리는 “삼성전자가 인도 제조업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안다”면서 “삼성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만큼 인도에 더 많은 투자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 부회장은 전날 인도 서부 경제도시 뭄바이에 도착해 최근 4G 전용 이동통신 업체 릴라이언스 지오를 출범한 인도 최고 부자 무케시 암바니 등 재계 관계자들을 만났으며 인도법인 직원들과 뉴델리 인근 노이다에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제조 공장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도 방문은 이 부회장이 지난 12일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을 수락하며 경영전면에 나서기로 발표한 이후 처음 진행한 대외 행보다.
최근 이 부회장이 만난 해외 정상급으로는 중국 리커창 부총리(2012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2014년 방한), 중국 시진핑 주석(2014년 방한), 베트남 응웬 푸 쫑 공산당 서기장(2014년), 중국 리커창 총리(2016년) 등이 있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 선임 발표에 이어 인도를 방문한 것을 두고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대대적으로 설비를 확충하는 등 생산 비중을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인도 노이다와 남부 첸나이에 각각 스마트폰과 가전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벵갈루루 연구소 등을 포함해 인도내 전체 고용 인원은 4만5,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휴대전화와 백색가전 등을 추가 생산할 인도내 제3공장 설립논의가 몇해 전부터 제기됐지만 뚜렷한 진전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 부회장은 다만 이번 모디 총리와 면담에서 제3공장 설립 방안에 관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일간 비즈니스스탠더드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인도법인은 2014년 매출이 4,392억 루피(7조3,873억원)로 인도에 있는 다국적 기업 가운데 매출 2위를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GfK는 삼성전자가 올해 4~6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 대수 기준 38.2%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최근 인도에서는 삼성의 역혁신(리버스 이노베이션)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삼성 애벌 빨래 세탁기는 애초 인도 내수시장을 위해 개발됐으나 현재 전 세계에서 팔리고 있다. 델리의 월리타워와 지하철 일부구간을 삼성물산이 건설했으며 삼성중공업이 인도 조선소와 협업을 통해 LNG 운반선 건조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은 인도에서 현지 사회공헌활동으로 ‘나보다야 스쿨’에 스마트 클래스 프로그램을 도입해 20만명의 이러닝을 지원했고 테크니컬스쿨을 통해 1,800여명의 고교졸업생에게 취업지원을 했다.
/서정명기자 vicsj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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