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함께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취임 첫 해외순방이 16일(현지시각)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의원 외교를 위해 여야 3당이 초당적으로 손을 잡았다는 점은 의미있는 성과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등 현안을 둘러싸고 ‘통큰’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이번 정 의장의 첫 순방에는 이례적으로 새누리당의 정진석, 더불어 민주당의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등이 동행했다. 미 대선을 앞두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정,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국익에 민감한 주제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초당적 의원 외교의 장을 마련했다는 사실은 방미의 큰 성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방미단은 13일에는 워싱턴DC에서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조찬 간담회, 폴 라이언 하원 의장·낸시 팰로시 미국 하원 민주당 대표·오린 해치 상원 임시의장 면담 등을 쉴틈없이 소화해냈다. 정 의장은 미 의회 관계자들을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 의회가 우리를 환영하는 취지의 말을 많이 해 고무됐다”며 “앞으로도 의회간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반면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순방 과정에서도 대북제재 강도, 사드배치 찬반 등을 두고 근본적인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사실은 귀국 후에도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론분열이 없는 것처럼 미국에 인식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갈라진 국론을 좁히는 노력을 하는 것이 우선해야 하지 않나”라며 “기술적으로 수위를 조절해가며 덮어두고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의장 일행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실리콘밸리 기업인 간담회 등을 소화한 후에 1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