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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아카데미] 실행 가이드라인 '전략적 원칙', 기업미래 가른다

이웅희 한양대 경영대 교수·경영전략 전공

현장도 방향성 공유…분권화로 업무 효율성 높여

이웅희 한양대 경영대 교수·경영전략 전공




요즘 대부분 회사의 홈페이지에는 회사의 비전과 미션이 멋지게 표현돼 있다. 일부 회사는 이를 위해 수억원을 들여 컨설팅까지 받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장인은 평소에 자기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생각하면서 일하지 않는다. 실제 업무는 그 나름의 논리에 따라 따로 굴러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모습은 상당히 비효율적이고 심지어 가식적이기까지 하다. 공허한 미션, 비전이 아닌 조직원들에게 실질적 도움과 방향성을 줄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글로벌 컨설팅회사 베인의 오릿 가디시 회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략적 원칙(Strategic Principle)’이라는 대안적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그녀에 따르면 전략적 원칙이란 조직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회사의 핵심전략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비전·미션처럼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장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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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과거 델(Dell)은 회사 내에 공식 비전과 미션이 따로 있었지만 실제 회사를 이끄는 전략적 원칙은 ‘직접 팔아라’라는 강렬한 문구였다. 그리고 이 전략적 원칙은 구호에 그치지 않고 현실의 의사결정에 실제 적용됐다. 과거 델 내부의 사업회의에서 회사발전에 관한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델은 자신의 정체성과 직결된 ‘직접파는 모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미국의 유명한 저가항공사 사우스웨스트의 공식 미션은 ‘고객에게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멋진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이 저가항공사 내부의 전략적 원칙은 높은 품질과는 거리가 멀다. 뼛속까지 저가항공사의 문화가 녹아 있는 이 회사의 전략적 원칙은 ‘우리는 자동차 여행과 경쟁할 정도로 낮은 가격을 제공한다’였다. 사우스웨스트는 지난 1980년대와 1990년대 두 번에 걸쳐 덴버공항에 진출하려 했었다가 모두 철수했다. 덴버는 미국 6위의 공항이다. 성장을 위해서는 꼭 진출했어야 했는데 왜 철수했을까. 바로 고객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과 대기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져 비용이 상승해 자신의 전략적 원칙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전략적 원칙이 왜 중요할까. 그 이유는 이것이 집권화와 분권화를 고민하는 경영자의 선택 갈등을 절묘하게 해소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모든 것을 최고경영층이 결정하는 중앙집권하의 상황을 가정해 보자. 최고경영자(CEO)는 신이 아니므로 현장에서 돌아가는 모든 정보를 절대로 알 수 없기에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다. 노벨상 수상자인 하이에크는 이를 독재자가 당면한 ‘지식의 문제’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는 사회주의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중앙의 계획자가 전체 사회에 분산된 지식을 절대로 알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가차원이 아니라 기업조직에서도 똑같은 ‘지식의 문제’는 일어난다. CEO가 모든 것을 알 수 없기에 조직에서 분권화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분권화에도 문제는 따른다. 때로는 말단조직의 의사결정에도 최고경영층의 경륜과 지식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장경영자들 각자가 자기 생각만으로 일을 처리한다면 회사가 방향성을 상실할 수 있다. 현장경영자의 현장지식도 살리면서, 최고경영층이 가진 전략에 대한 지혜를 담아 이 둘을 절충하게 하는 것이 바로 전략적 원칙이다. CEO는 일선 관리자의 행동에 대해 시시콜콜 간섭하지 않는 대신 이 전략적 원칙을 던져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나머지는 각각의 관리자에게 맡기는 것이다. 전략적 원칙이 조직 내에 잘 이해돼 있는 기업의 최고경영층은 많은 의사결정을 현장경영자에게 분권화해도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현장경영자들이 조직의 전략적 방향성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잭 웰치 시절의 GE도 공식적 비전, 미션과는 별도의 전략적 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그 유명한 ‘산업에서 1등, 2등 못하는 사업은 퇴출시킨다’는 무시무시한 방침이었다. 이런 내부 원칙은 회사 홈페이지에는 절대 올릴 수 없는 것이지만 이 원칙은 조직원의 사고와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아마 이 때문에 밤잠을 못 잔 경영자들이 꽤 되리라 본다.

그럼 전략적 원칙은 어떻게 도출해야 하나? 회사가 경영활동을 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행동양식 또는 사업모델을 함축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종종 이 전략적 원칙은 DNA처럼 조직 내에 각인돼 있는 경우가 많다. 경영자는 이것을 재발견하거나 강조해주기만 해도 된다. 회사들이 공식적으로 보유한 좋은 비전·미션 문구가 종종 미사여구로 끝나는 이유는 이것들이 진짜 그 조직을 돌아가게 하는 중요한 원칙들을 반영하지 못하고 겉돌기 때문일 것이다.

이웅희 한양대 경영대 교수·경영전략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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