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요구, 국민의 부름이 저한테도 해당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말한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다시금 되새기고 있습니다.”
박원순(사진) 서울시장은 27일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하며 대권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으로 일하면서 가까이에서 본 중앙정부는 절망”이었다며 “보수 집권 8년간 경제·안보가 악화하는 등 나라 기틀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내년 대선을 생각 안 한다면 그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 정권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위에 있다”며 “‘국민 권력 시대’라는 이제껏 듣도 보도 못한 정치로 새로운 민주주의 역사를 쓰고 정권교체를 넘어 미래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에게 서울시장직을 양보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에서 도와달라고 요청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공사 구분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박 시장은 연신 안 전 대표와의 개인적 신뢰를 강조했지만 개인적 신뢰관계와 별개로 대선에서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야당에 대한 자조도 이어졌다. ‘수권정당으로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부족한 점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박 시장은 “4·13 총선이 여소야대 현상을 만들어줬다면 야당이 국민이 바라는 정치혁신과 개혁을 해냈어야 한다”며 “이른바 패권정치라는 게 하나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은 중도 보수가 중요한 게 아니고 내 삶을 지키고 바꿔주는 것을 원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시스템·룰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진짜 교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야권 후보 단일화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냐는 질문에 “분열은 필패”라며 “정권·시대교체라는 과제 앞에서 야권이 통합을 못 하고 분열한다면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대권 도전 시 더민주 경선에 나갈 것이냐는 질문에는 “2011년 보궐선거 때 무소속으로 당선됐지만 제 발로 입당했고 지금은 당원으로서 충실하게 활동하고 있다”며 “당에 대해 ‘감탄고토’, 즉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은 안 된다는 게 기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답변에 ‘불리한 상황이 와도 탈당을 안 한다는 말이냐’고 재차 묻자 “뭐 꼭 그렇게 결론을 원하느냐. 충분히 답변했다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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