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이틀째' 이정현 "야, 다수당 횡포" vs 추 "이 대표 단식, 번지수 틀렸다"

[이틀째 단식 이어가는 이정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이틀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을 이유로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이틀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27일 “야당은 국회와 의회주의를 파괴하고 다수당의 횡포를 칼춤 추듯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누가 다수당이고 국회의장이냐에 따라 자의적으로 적용되고 운영되는 고무줄 국회법을 방치하고 싶지 않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과거에 이렇게 하면 쇼로 봤지만 제가 하는 것은 쇼가 아니다”라면서 “파괴된 의회민주주의, 더불어민주당의 2중대인 국민의당에 의해 저질러진 횡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야당과 거래하고 적당히 들어줄 것이었으면 단식을 시작도 안했다”며 국감 보이콧 장기화에 따른 당 일각의 역풍 우려를 일축했다.

이 대표는 “다수당의 횡포는 아무렇지 않다는 식으로 당연시하고 행정 부처의 작은 티끌은 지적하는 상황에서 국정감사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국감 보이콧에 대한 비판여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국회서 열린 ‘대한민국헌정회 정책연구위원회’ 특강에서는 “거야(巨野)의 횡포로 의회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것을 막아야겠다는 결심에서 단식을 시작했다”며 “집권여당 당대표가 약자들이나 하는 단식투쟁을 하는 게 명분이 있느냐(는 지적이 있지만), 제 나름의 투쟁”이라며 이해를 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부터 헌정회 행사에 이르기까지 예정된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있지만, 향후 계획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장 28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체력적으로 한 시간 분량의 발언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 대표는 이날 헌정회 강연에서도 “소리를 조절하지 않고 하다 보니 어지럼증을 느낀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농성은 번지수가 틀렸다”고 주장했다. 추 대표는 이날 전주의 한 음식점에서 전북도의회 기자들과의 오찬자리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를 주도한) 정세균 국회의장 때문에 (이 대표가) 단식 농성하는 것은 핑계”라며 “이 대표의 단식농성은 대통령에게 그냥 잘 보이고 싶은 거 뿐이어서, 대통령이 ‘장하다’, ‘잘했다’고 하면 (곧바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장의 사퇴를 전제로 한 이 대표의 단식농성은) 이뤄질 수 없는 것이어서, 이런 것을 불능조건이라 한다”고 못 박았다.

/김홍길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