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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론 공멸"...철강·유화, 고부가 산업으로 체질전환 유도

산업 구조조정 분과회의, 사업재편 통한 경쟁력 강화 공감대

후판·강관·TPA 등 생산설비 줄이고 자발적 합종연횡 추진

30일 산업경쟁력 강화방안 발표...R&D 지원책 등 내놓을듯

주형환(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마른 수건을 쥐어짜고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더 해달라.”

글로벌 시장에서 물품이 넘쳐나 가격이 하락하는 ‘공급과잉’으로 급속히 경쟁력을 잃고 있는 철강·석유화학 등의 업계에 정부가 던진 경고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급과잉 시장의 특성은 (싸게 팔면) 당장은 돈이 된다”면서 “하지만 쥐가 덫에 놓인 음식에 쥐약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식탐 때문에 먹고 죽는 것처럼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 산업도 쇠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가 ‘제3차 산업 구조조정 분과회의’를 열고 밑그림을 전달한 ‘철강·석유화학 사업경쟁력 방안’도 선제적 사업재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 장관은 “구조조정도 개별기업의 재무 상황만 볼 게 아니라 해당 산업의 큰 방향에 맞춰 진행돼야 한다”며 “이번 방안은 업종별로 산업의 밑그림을 제시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선 중국이 자국 물량을 헐값에 밖으로 밀어내는 수출로 공급과잉의 덫에 걸린 철강업계에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에 남아도는 철강은 우리나라 전체 조강생산능력(약 8,600만톤)의 9배 수준인 7억5,000만톤에 달한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9월 초 철강업황 부진이 2019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주요 수요처인 건설(35%), 자동차(27%)의 업황이 부진한데다 글로벌 무역침체로 선박 발주마저 줄며 조선(21%)도 최악의 경기를 맞는 상황이다. 심지어 전 세계 철강이 남아돌자 각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범용 수입 철강에 대해 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호무역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전 세계 국가가 우리나라 철강제품에 부과한 규제만도 87건으로 전체(180건)의 절반에 달한다. 특히 판재류의 경우 무역장벽이 높아지며 수출이 차질을 빚고 있고 후판·강관도 조선업 부진 등으로 공급과잉 상황이다. 철근·형강도 중국산 수입이 급증하는 추세다.

때문에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컨설팅을 맡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후판설비 감축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경쟁력이 약화된 제품과 설비는 감축하는 대신 가격이 높은 고부가 철강 제품 개발을 유도할 방침이다. 주 장관은 “범용 철강재 위주에서 고부가 철강, 경량 소재 시장의 강자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경쟁열위·공급과잉 품목에 대한 사업재편, 새로운 시장 개척과 친환경·정보기술(IT)을 통한 설비 경쟁력 강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업체들이 후판과 전기로 등의 설비를 자발적으로 줄이고 있지만 앞으로 더 설비를 줄이고 돈이 되는 제품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석유화학제품의 경쟁력 강화 방안도 철강과 결을 같이한다. 우리 석유화학제품은 전체 수출의 50%가량을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에 공급과잉 품목으로 설비감축을 요구받은 테레프탈산(TPA)과 폴리스티렌(PS), 합성고무(BR·SBR), 폴리염화비닐(PVC)의 앞날은 특히 어둡다. 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TPA 자급률은 2020년 107%, BR는 94%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수출이 급감하는 추세다. 정부는 컨설팅을 맡은 베인앤컴퍼니와 업계 의견을 받아 TPA 설비를 이른 시간 내에 감축하라고 강조했다. 업계가 전체 설비를 560만톤에서 400만톤으로 줄였는데도 추가 감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합성고무와 PVC는 증설 없이 고부가 품목으로 전환을 요구했다. 주 장관은 “중국이 자국산 비중을 높이고 있고 선진국은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작은 환부라도 방치하면 큰 병이 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사업재편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정부의 강한 구조조정 요구에 따라 철강과 유화업계의 재편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춰 정부는 30일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고 업계 재편과 고부가 산업 전환을 위해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 적용과 연구개발(R&D) 지원 등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업계와 교감을 통해 설비 감축에 대한 상당한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도 “후발국의 증설 등 공급 과잉 때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며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설비 감축이나 감산, 통합 등의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품목별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한편 대산과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생산·연구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등 R&D 및 인프라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조선산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 방안은 아직 컨설팅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이날 회의에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조선산업의 수주절벽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컨설팅 결과에 따라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한다는 입장이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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