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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의 혈투…김민선, 17개월 우승가뭄 날렸다

KLPGA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트리플보기 위기 뒤 천금 버디

'2타 내 10명' 혼전서 선두 지켜

2년 전 '5차 연장 준우승' 설욕

통산 3승…상금 랭킹 7위로

박성현, 최종일 64타 코스레코드

44위로 출발해 공동 2위 마무리

김민선(오른쪽)이 2일 KLPGA 투어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뒤 대회 호스트인 박세리와 함께 우승컵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KLPGA




16번홀(파4) 그린 주변 벙커 샷이 턱을 맞고 다시 모래에 박힐 때만 해도 김민선(21·CJ오쇼핑)은 어려워 보였다. 2년 전 무려 5차 연장 끝에 이민영(24·한화)에게 우승을 내줬던 악몽이 재현되는 듯했다.

트리플보기를 범해 공교롭게 이번에도 이민영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하고 맞은 17번홀(파3). 흔들릴 게 당연해 보였지만 김민선의 샷은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전 홀의 치명타를 이미 잊은 듯 144m 거리의 티샷을 홀 2m 안쪽에 붙였다. 까다로운 경사의 버디 퍼트를 김민선은 놓치지 않았다. 이후 앞 조 이민영의 18번홀(파4) 보기 덕에 2타 차 단독 선두로 마지막 홀에 나선 그는 보기로 마무리하고는 홀가분한 미소로 입술을 깨물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년차 김민선이 2년 전 떠안았던 깊은 상처를 같은 대회 우승으로 걷어냈다. 김민선은 2일 경기 여주의 솔모로CC(파72·6,573야드)에서 끝난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을 3라운드 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제패했다. 지난해 5월 KG·이데일리 오픈 우승 이후 17개월 만에 우승 가뭄을 씻은 것이다. 시즌 첫 승이자 통산 3승. 올 시즌 좀처럼 열리지 않던 우승 문을 두 차례 준우승 끝에 열어젖혔다. 상금 1억2,000만원을 챙긴 김민선은 상금랭킹 9위에서 7위(약 4억8,700만원)로 올라섰다.

김민선에 1타 모자란 9언더파 공동 2위가 4명이나 되고 8언더파도 5명에 이를 정도로 치열한 빗속 접전이었다. 장수연(22·롯데)과 함께 1타 차 공동 선두로 출발한 김민선은 7홀 연속 파 행진 뒤 8번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았다. 경사진 러프에서의 트러블 샷을 홀 1.5m에 붙였다. 기세가 오른 김민선은 9번(파4), 10번홀(파5)에서 역시 정교한 아이언 샷을 홀 옆에 떨어뜨려 세 홀 연속 버디를 터뜨렸다. 13번(파4), 14번홀(파5)에서 다시 연속 버디를 넣자 2위와 거리는 3타 차로 벌어졌다. 16번홀(파4)에서 티샷 실수에 이어 세 번째 샷마저 항아리 벙커의 고약한 위치에 빠뜨리는 바람에 두 번 만에 탈출한 김민선은 3타를 잃자마자 다음 홀 버디로 벌떡 일어서 결국 트로피를 움켜쥐었다.



김민선은 2014년 이 대회 연장에서 짧은 퍼트를 잇따라 놓쳐 경기를 끝낼 기회를 두 번이나 날렸다. 이날도 마지막 홀 1m 파 퍼트 상황에서 실수가 나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김민선은 “마지막 홀 파 퍼트를 남기고 리더보드를 보게 됐는데 2타 차더라. 아무 생각이 없었는지 실수를 범하고 말았는데 이런 건 꼭 고쳐야 할 문제”라고 했다. 그는 “스윙 때 왼쪽 뒤꿈치가 들리는 버릇을 4월부터 교정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의 고생이 오늘 우승으로 보상이 된 것 같다”며 “원래 목표로 했던 2승을 포기했었는데 다시 기회가 왔으니 남은 대회에서 1승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국내 1인자’ 박성현(23·넵스)은 대회 2연패에는 실패했지만 이날 8언더파 64타의 코스레코드(종전 66타)를 작성하는 무서운 뒷심으로 이름값을 했다. 버디를 11개나 몰아쳤다. 전날 마지막 두 홀 버디로 겨우 컷을 통과한 박성현은 1언더파 공동 44위로 10번홀을 출발한 뒤 9언더파 공동 2위로 마치는 저력을 과시했다. 14번~18번홀 5홀 연속 버디 등으로 전반에만 6타를 줄이며 선두 그룹을 1타 차로 압박한 박성현은 1번홀도 버디를 적어 6홀 연속 버디 행진을 벌였다. 이후에도 보기 1개와 버디 3개로 대역전 우승 희망을 이어가던 그는 그러나 8번홀(파4) 티샷이 아웃오브바운즈(OB) 처리돼 더블 보기를 적으면서 한풀 꺾였다. 시즌 7승의 박성현은 다음 대회를 쉰 뒤 시즌 최다승(9승) 도전을 계속한다. 상금 3위 장수연은 3타를 잃고 5언더파 공동 19위로 밀렸고 상금 2위 고진영(21·넵스)은 8언더파 공동 6위에 올랐다. 2년 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한 안선주(29)는 6언더파 공동 16위로 마쳤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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