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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살려면 줄을 놓아라

연세대 철학과 교수

<33>위기를 극복하는 선택

두려움 딛고 기본으로 돌아가

역경의 실체 스스로 파악해야

이겨낼 방도 역시 찾을 수 있어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산을 오를 때 정말 힘들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다. 반면 내려올 때는 수월하다. 서늘한 바람이라도 불면 흘린 땀도 다 마른다. 운 좋으면 오를 때 보지 못한 꽃도 볼 수 있다. 탁 트인 시야가 보이는 곳이면 눈까지 즐겁다. 그런데 사실 산에서는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더 조심해야 한다. 우선 무릎 관절도 내려올 때 마모가 더 심하다. 사실 오래 사는 데 중요한 신체기관 중 하나가 바로 무릎 관절이다. 재생이 되지 않기도 하거니와 이게 망가지면 걷기 힘들어지고 그러면 소화기관을 포함한 모든 신체기능이 서서히, 그리고 되돌릴 수 없이 악화된다.

한 사람이 등산을 갔다가 정상을 찍고 나서 하산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뿔싸, 아무리 생각해도 길을 잃어버린 것 같다. 가도 가도 길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럴 때 구조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제일 좋을까. 첫째, 계곡에 있는 물소리를 따라서 내려가 본다. 둘째,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다. 이 둘은 모두 좋지 않은 방법이다. 계곡을 따라 자꾸 밑으로 내려가면 점점 더 구석진 곳으로 가서 구조되기 힘들어질 뿐이다. 가만히 있는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다. 물론 휴대폰도 없는 상황이다. 있어도 통화가 되지 않는 곳이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정답은 정상으로 다시 올라가는 길밖에 없다. 거기서 새로 시작하는 거다. 기본으로 돌아가라. 뭔가 일이 풀리지 않으면 기본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라. 그것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지만 가장 생존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다.

한 사람이 강가에 놀러 갔다가 물에 빠졌다. 심각한 일은 헤엄을 칠 줄 모른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일은 주변에 보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이 상황에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구조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일까. 첫째, 소리를 있는 힘껏 질러서 구조를 요청해본다. 둘째, 젓 먹던 힘까지 다 내서 물 위에 떠 있으려고 해본다. 이 두 가지 방법은 다행히 근처에 사람이 있을 때나 유효하다. 단점은 힘의 소모가 극심해서 한 번 가라앉게 되면 다시는 떠오르지 못한다. 죽고 나서나 떠오른다. 셋째, 온몸에 힘을 빼고 가만히 떠 있으려고 해본다. 그런데 사실 이 방법도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고난도 수영법이다. 결국 최상의 방법은 빨리 물속에 가라앉아서 바닥을 확인하는 길밖에 없다. 그리고 두 발로 차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이다. 이것을 반복하는 것만이 생존 가능성을 그나마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두려움을 극복하라. 자신이 처한 역경의 깊이를 두 눈으로 확인하라. 아니면 두 발로라도 확인하라.



두 사람이 하산하고 있었다. 날이 어둑어둑해져 갈 시점에서 길을 잃는다. 갑자기 눈앞에 엄청난 빙벽이 나타난다. 빙벽장비를 몸에 감고 밧줄을 탄다. 아뿔싸, 두 사람은 미끄러지면서 빙벽에 대롱대롱 매달리게 된다. 이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은 밧줄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매달려 있다. 한 사람이 기도를 시작한다. “하나님, 이번은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제발 한 번만,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정말 착하게 살겠습니다.” 옆에 있던 다른 사람도 덩달아 기도한다. 사실 바람 소리 외에 아무런 인기척도 없는 곳에서 조난당했으니 기도드리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둘이 눈물범벅이 되어 간절하게 기도를 드리고 있다. 응답이 왔을까. 결국 하나님이 응답을 주신다. “줄을 놓아라.” 아니 하필 온 응답이 줄을 놓으라니. 이거 하나에 의지하고 버티고 있는데, 그걸 놓으라고! 첫 번째 사람은 잠시 멈칫하다가는 줄을 놓는다. 두 번째 사람은 끝까지 쥐고 있는다. 누가 살았을까. 첫 번째 사람은 살고 두 번째 사람은 죽는다. 놓고 보니 불과 1m 높이에서 두 사람 다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것이다.

줄을 잡아야 할 시점이 있는가 하면 놓아야 할 시점이 있다. 인생을 살다 보면, 경영을 하다 보면 정말 힘든 위기에 부닥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줄을 놓아라. 사실 우리는 지금 성공 바로 일보 직전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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