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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비, 재미의 시대] 재미 경험의 구조





재미란 무엇일까?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재미란 새로운 체험에서 얻어지는 정서적 쾌감이다.”

재미의 조건으로는 ①긴장구조, ②두 겹 이야기, ③공유 경험이라는 세 조건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은가? 재미란 일종의 쾌감이고 그것은 우리가 느끼는 것이다.

이것은 재미에 여러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재미는 우리가 느끼는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우리가 그렇게 재미를 느끼도록 콘텐츠를 갖추어야 하는 조건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후자인 콘텐츠의 재미 조건을 설명했다. 그런데 이 조건은 바로 우리가 마음 속에서 재미를 느끼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마음 속에서 재미를 느낄 때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일까? 그 과정은 ①흥미, ②몰입, ③쾌감, ④동경의 네 단계이다. 짧은 유머의 예를 통해서 재미의 4단계 경험을 이해해 보자.

남자 친구와 잠자리를 여러 차례 같이 한 여자가 하루는 뱃속이 이상해서 병원을 찾았다. 그녀는 임신이 아닐까 걱정했다. 아니나 다를까, 진찰을 마친 의사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음…뱃속에서 생명체가 자라고 있습니다.”, “어머, 어쩌면 좋죠?” 그러자 의사가 알약을 건네주면서 말했다. “이 약을 드시면 걱정 없을 겁니다.” 알약을 받아든 여자가 안도와 함께 의아해하며 물었다. “요즘엔 임신중절을 약으로도 하나요?” 의사는 환자를 힐끔 쳐다보며 정중하게 대답했다. “그건, 아주 잘 듣는 회충약입니다.”

여러분은 남자 친구와 잠자리를 같이 한 여자가 뱃속에서 이상한 것을 느꼈다면 임신이 아닐까 생각했다가 갑자기 심각했던 의사가 회충 얘기를 꺼내자 재미를 느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재미있는 영화라면 이상한 외계 생명체, 혹은 멋진 로봇이 나오는 장면 등으로 관객의 흥미를 끌게 되어 있다.

흥미 다음의 단계는 몰입이다. 흥미 단계에서 우리는 콘텐츠 내용에 주의한다. 이것이 몰입의 단계이다. 재미의 조건에서 긴장 구조가 필요한데, 이런 긴장은 몰입을 위해 필요한 주요 조건이다. 위의 유머에서는 의사가 ‘아니나 다를까’ 여성에게 전달하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긴장을 지속시킨다. 혹시나 했던 문제가 역시나 커지는 것이다. 재미를 위해서는 이런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표현이 중요하다.

다음에는 쾌감이 따라야 한다. 걱정했던 ‘임신’이 아니라 ‘회충’이 배 속의 생명체라는 것을 알면서 쾌감이 생겨난다. 이 쾌감의 정체는 여성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드러난 이야기와 숨은 이야기의 만남에서 얻어진다. 임신을 걱정하는 것은 드러난 이야기이고 그 ‘생명체’가 회충일 수 있다는 것은 숨은 이야기이다. 두 겹 이야기는 긴장이 예상치 못하게 해결되도록 해준다. 이 점이 재미에서 가장 중요하다. <식스 센스>나 <유주얼 서스펙트>와 같이 충격적인 반전으로 재미를 주는 영화들도 이러한 두 겹 이야기를 잘 보여준다.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고 그것이 재미 있었다면 또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게 된다. 이것이 동경이다. 동경을 통해서 우리의 재미 경험은 새로운 콘텐츠로 주의를 기울인다. 그렇게 재미 경험은 끝없이 무언가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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