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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남북관계의 역사가 발전하려면

노희영 정치부 차장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남긴 일기장 문구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의 남북 관계를 바라보면 과연 그의 말대로 역사는 발전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6월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한 정상회담을 열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6·15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4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와 개성공단 2단계 개발, 이산가족 상시 상봉 등 총 8개 항으로 구성된 ‘10·4 선언’을 발표한 지 9주년이 된 날이다.

9년이 지난 지금 남북 관계의 모습은 어떤가. 이날 북한은 “남북 관계는 파국 상태에 빠졌다”며 우리 정부를 비난했다. 지난달 5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은 언제든지 추가 도발을 할 태세다. 연초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했고 올해 이산가족 상봉은 물 건너간 상태다.

이처럼 남북관계가 악화된 것은 기본적으로 북한에 책임이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전력을 다하며 폭주 기관차처럼 질주하고 있다. 5차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를 표준화·규격화했다고 주장하면서 핵무기 실전 배치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무엇을 했는지 따져 물으면 우리 정부도 할 말이 없다. 그동안 북한의 핵 능력과 북한 정권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대증요법식 정책만 내놓았기 때문이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해대는 모습을 보고 그저 3대 세습체제를 이어가려는 미치광이의 발악으로만 치부한 것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핵에 집착하는 것은 체제 유지 차원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북한은 미치기는커녕 너무 이성적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NYT는 북한의 전략이 “힘이 약한 국가가 강대국을 적으로 마주했을 때 평화를 이루기 위한 이성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제 북한과의 대화의 문은 닫아걸고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고립시켜 전략적 셈법을 바꾸게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외교부는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규탄 성명 등 입장을 발표한 전 세계 국가 및 국제기구 수를 계속 집계하면서 숫자가 늘어날 때마다 중계 발표를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까지 97개 국가 및 14개 국제기구가 입장 발표를 했다고 한다.

북한을 규탄하는 국가들의 숫자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숫자가 늘어난다고 한들 북한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하는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지 않는다면 실효성은 떨어진다. 여전히 중국은 국제사회의 행보와는 엇갈린 모습을 보인다. 이달 초 중국 건국 67주년 기념일(국경절)을 맞아 중국과 북한이 대대적인 교차 기념행사를 연 것이 대표적이다.

이제라도 그동안의 대북정책을 냉철히 되돌아보고 재정립해야 한다. 대북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을 설득할 방법을 찾는 것도 급선무다. 그래야 단기적으로는 역사가 퇴보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발전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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