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넥신이 ‘블록버스터 신약’을 내놓는 최초의 한국 제약회사가 되리라 자신합니다.”
세계적으로 수천만개의 의약품이 팔리지만 이 중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 약은 100개 정도에 그친다. 우리 제약기업 제품은 하나도 없다. 이 때문에 모든 신약 개발업체들에 블록버스터 약을 배출하는 것은 ‘궁극의 꿈’이다.
1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본사에서 만난 경한수(사진) 제넥신 대표는 최고경영자(CEO)로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블록버스터 신약 배출”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약 개발 단계에서 여러 변수가 많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우리 기술력에 대한 자신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은 꿈”이라고 밝혔다.
제넥신이 블록버스터 신약의 유력 후보로 기대하는 것은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제인 ‘GX-H9’이다. 이 약은 기존 단백질 치료제의 지속력을 높여주는 제넥신의 플랫폼 기술 ‘hyFc’를 적용해 만들어졌다. 시중에 나온 성장호르몬 약은 매일 투약해야 해 환자의 불편이 컸지만 GX-H9은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경 대표는 “16개 국가에서 진행 중인 임상2상 시험 결과 GX-H9은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월 2회와 주 1회 투약 모두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며 “지속성이 우수해 1회 투약량을 줄여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제 시장은 현재 3조~4조원 수준. GX-H9이 지속성에서 기존 제품을 압도하고 있고 지속형 성장호르몬을 개발 중인 경쟁사들에 비해서도 앞서고 있어 개발에 성공할 경우 블록버스터 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 대표는 보고 있다. 어린이 환자 치료 효능을 보여주는 임상 결과도 추가로 내년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경 대표는 회사의 또 다른 블록버스터 기대주로 자궁경부전암 치료 백신인 ‘GX-188E’와 관련한 새로운 프로젝트도 소개했다.
GX-188E는 특정 DNA 물질을 투여해 자궁경부전암을 일으키는 HPV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약이다. 치료제와 백신의 성격을 다 갖추고 있는데다 임상2상 결과 수술 외에 치료법이 없던 자궁경부전암 3단계 환자 61%에서 치료 효과가 나타나 높은 시장성이 기대된다. 경 대표는 “GX-188E를 대표적인 면역항암제인 ‘면역관문억제제’와 결합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현재 여러 다국적 제약사와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GX-188E의 ‘면역력 증강’ 기능과 면역관문억제제의 ‘암세포의 면역 회피 억제’ 기능을 합쳐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 이런 식의 융합 치료제는 현재 상용화된 것이 없으며 일부 글로벌 제약사에서만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 관심을 모은다.
경 대표는 지난해 제넥신 CEO로 취임하기 전 미국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리스트, 신약개발업체 회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런 경험을 십분 살려 회사의 투자 유치, 홍보, 네트워크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각종 콘퍼런스, 제약사·투자자 미팅 등으로 2주에 한 번은 해외에 나갈 정도라고. 그는 “제넥신이 뛰어난 기술력에 비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안타까웠다”며 “이런 점을 강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조만간 기술 수출 등 결과물도 나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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