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조선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는 가운데 현대중공업 노조가 10일 작업 부문별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기본급 인상 인상과 구조조정 저지 등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앞서 지난 7일 임단협을 위한 42번째 교섭을 벌였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소득 없이 끝났다. 사측은 신규 선박 발주가 급격히 쪼그라드는 조선 경기를 감안해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조정과 분사 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오히려 “회사 경영 상태가 나쁘지 않다”며 맞서고 있다. 노사가 이처럼 마주 보며 평행선을 달린 지 벌써 5개월째다.
이런 가운데 같은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인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주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다. 맏형(현대중공업)의 행보를 숨죽이고 지켜보던 아우(미포조선·삼호중공업)가 선제적으로 임단협을 타결지은 것이다.
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노사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기본급을 동결하는 데 합의했다. 삼호중공업은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무급 휴직도 실시하기로 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시황이 좋을 때는 삼호중공업과 미포조선이 현대중공업에 준하는 협상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현대중공업 협상 진행 상황을 봐가며 속도 조절을 했지만 업황이 바닥으로 내려온 지금은 ‘각자도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악화하는 글로벌 조선 시황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눈과 귀를 막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여전히 기본급 9만6,712원 인상과 직무환경수당 인상, 구조조정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직전 분기 회사가 5,572억원의 서프라이즈 수준의 영업이익을 낸 것 등을 근거로 “회사 경영 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의 이 같은 주장은 선박 발주가 급감하는 최근 시장 분위기와 너무나도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 개선 효과는 주력인 조선 사업이 아닌 비(非)조선 부문에서의 실적 개선 덕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4분기에 거둔 5,572억원의 영업이익 가운데 절반 이상인 3,200억원가량이 정유 부문(현대오일뱅크)에서 나왔다. 매출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조선 부문은 지난 1·4분기 적자는 면했지만 향후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신규 수주가 급감해 유입되는 현금 자체가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올해 조선 부문 수주 실적은 당초 세웠던 연간 계획의 15%(8월 말 기준)에 불과하다. 선박 발주가 급감하면서 수주 잔량도 급격하게 쪼그라들고 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단기적으로 조선 업황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것이 자명한 만큼 노조가 명분만을 내세우기보다는 현실적인 측면에서 협상에 임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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