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시설에 대한 경매 열기가 뜨겁다. 최근 들어서는 경매 광풍이 불었던 지난 2007년의 기록들까지 갱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의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하는 추세에 따라 주거시설 경매도 수도권과 지방의 온도 차는 커지는 모습이다.
◇역대 최고 낙찰가율 기록한 9월
16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진행된 전국 주거시설 경매의 평균 낙찰가율은 전 월 대비 2.7%p 상승한 90.1%를 기록했다. 총 3,059건의 경매가 진행된 가운데 1,488건이 낙찰됐고, 평균 6.6명이 응찰하며 낙찰가율을 끌어 올린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의 낙찰가율(85.1%)을 크게 웃돈 수치일 뿐만 아니라 지난 2001년 1월 경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낙찰가율이다. 이전 최고치는 지난 2007년 3월에 기록한 90.09%로 전국 주거시설 평균 낙찰가율이 90%를 넘은 것은 해당 사례 한 번 뿐이었다.
진행 건수 자체는 많지 않았다. 저금리 기조로 부동산의 인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탓에 경매 시장으로 유입되는 물건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달 진행된 주거시설 경매 건수는 지난 8월의 전국 주거시설 경매 진행 건수(3,285건)는 물론 지난해 9월의 경매 진행 건수(3,897건)보다도 크게 줄어든 수치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하반기까지 물건 감소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한 낙찰가율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여부는 불확실하다”며 “가계부채와 관련한 규제 등이 추가로 나오지 않는다면 주거시설 경매시장의 열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 대구 최고 인기
가장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한 지역은 제주와 대구였다. 경매 물건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 부동산 시장의 인기로 많은 응찰자가 몰리며 낙찰가율이 높게 나타났다.
지난달 제주에서는 총 14건의 주거시설 경매가 진행됐고, 이 중 10건이 낙찰됐다. 낙찰 물건 한 건 당 평균 6.7명의 많은 응찰자가 몰리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117.3%의 낙찰가율을 보였다. 제주는 지난 2014년 이 후 낙찰가율이 100% 밑으로 떨어진 사례가 없을 정도로 주거시설 경매 시장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구 주거시설 경매의 낙찰가율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대구에서는 총 68건의 주거시설 경매가 진행됐고, 이 중 낙찰된 34건에 평균 8.8명의 응찰자가 몰리며 107.7%의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기록했던 89.0%의 낙찰가율보다 18.7%p 높아진 수치다.
◇지역별 온도 차는 커질 듯
지역별 주거시설 경매시장의 온도 차는 커지고 있다. 수도권 경매시장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지방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그 열기가 조금은 수그러드는 모습이다.
지난달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주거시설 경매시장에서는 총 1,637건의 경매가 진행돼 91.3%의 평균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7월(92.7%) 이 후 가장 높은 낙찰가율이다. 특히 서울이 93.5%의 낙찰가율을 기록하며 경매시장의 열기가 가장 뜨거운 모습을 보였고, 경기(90.1%)와 인천(88.9%) 역시 높은 낙찰가율을 나타냈다.
지방의 경우 일부 지역의 낙찰가율 하락 폭이 컸다. 지난달 전남의 주거시설 낙찰가율은 전 월 대비 11.9%p 하락하며 71.3%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대전의 주거시설 낙찰가율 역시 11.4%p 떨어졌고, 강원(-6.6%p)과 울산(-6.5%p)의 낙찰가율도 크게 떨어졌다.
이 선임연구원은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양극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경매시장에도 그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며 “여전히 지방의 주거시설 낙찰가율은 낮은 편이 아니지만 수도권과 비교하면 그 열기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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