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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실] 자율주행 자동차 삶을 어떻게 바꿀까요?

김성우 서울대학교 공학연구원 교수

면허 없는 사람도 고객…자동차 시장 신수요층 생기죠

서울대 공학연구원 김성우 교수




전시회에 자율주행자동차를 가지고 가면 처음에는 신기해하며 이것저것 묻다가 이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관람객들이 있습니다. 왜 직접 운전하는 즐거움을 기계에 줘야 하느냐는 것이죠. 이미 각종 운전보조장치가 장착된 차들이 보급되고 있지만 생각보다 많이 사용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차를 완전히 제어하고 있다는 그 느낌을 본능적으로 놓기 싫은 것입니다.

반면 운전이 스트레스인 사람도 많습니다. 아직 면허가 없거나 운전이 서툰 사람, 또는 나이가 들어 예전만큼 기민하게 운전할 수 없게 된 어르신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새로 나온 멋진 차를 운전하며 여행도 다니고 싶지만 여의치 않은 것이지요. 이런 분들은 자율주행자동차는 언제부터 살 수 있느냐고 관심을 보입니다.

이런 반응으로 보건대 자율주행자동차가 등장하면 기존 자동차를 보완, 대체하기보다 운전이 멀게만 느껴졌던 분들을 대상으로 신수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운전면허가 없는 사람도 고객이 되는 것이니 시장의 크기가 몇 배는 커지는 것이지요.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은 누가 지나 하는 문제도 있지만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 모든 조작과 감지 정보가 기록되므로 누구의 잘잘못인지 가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1915A37 경제교실


실제로 지난 6월 자동주행 모드로 달리던 테슬라 자동차의 충돌사고로 운전자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영상을 보면 고속도로에서 트레일러가 치고 들어오는 갑작스러운 상황이기도 했고 트레일러 측면 바퀴 사이 아래가 크게 비어 있어 전방 레이더로는 지나갈 수 있겠다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트레일러의 옆면이 반사가 잘되는 밝은 색이라 카메라로는 장애물이라 인식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사고 당시의 모든 감지 정보가 기록돼 있으므로 같은 상황에서는 사고가 나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수정될 것이고 차츰 더 안전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자율주행자동차를 타 보면 어떤 느낌일까요? 독자 대부분은 아직 자율주행자동차를 타본 경험이 없을 것이라 상상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시승행사를 통해 자율주행자동차를 직접 타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저절로 핸들이 움직이고 스스로 가·감속을 하는 것에 처음에는 신기해하지만 이내 심심해합니다. 운전할 필요가 없으니 차 안에서는 할 것이 없고 덕분에 곧 무료해지는 것이지요.

☞ 자율주행 자동차 장점은

360도 전 방향 동시에 주시

추월·차선변경시 훨씬 안전

사고율 급감 등 순기능 기대

☞ 향후 전망은

기술·운전방법뿐만 아니라



문화·교통 인프라 변화 예상

정거장까지 이동 문제점 해결

대중교통 이용률도 늘어날 것

다음 반응은 왜 이리 느리냐는 것입니다. 사실 자율주행자동차는 그리 느리지 않습니다. 왜냐면 교통법규를 반드시 지키도록 돼 있고 교통 흐름이 원활하다면 규정 최대 속도를 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좌우로 사람이 운전하는 차들이 쌩쌩 치고 나가는 것을 보면 도로 위 운전자 상당수는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눈이 달린 얼굴 앞쪽을 주로 보고 운전하는 반면 자율주행자동차는 360도 전 방향을 거의 동시에 주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방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0.1초 간격으로 거의 완벽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추월이나 차선 변경시 훨씬 안전합니다. 문제는 이 감지 범위가 너무 넓어 약간의 위험성이 있어도 속도를 줄이거나 차선 변경을 주저한다는 것입니다. 자율주행자동차가 본격 보급되기 시작하면 사고율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 같은 교통 법규를 충실히 지키는 소심운전 덕분입니다. 소심하게 운전하는 대신 안전하지만 또 한편으로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는 기술의 문제라기보다 근본적으로 운전을 능숙하게 한다는 게 법의 경계를 넘어야 하거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떠올리게 됩니다. 운전이란 법규로만 설명되는 것이 아닌 그 사회의 문화와 암묵적 동의가 녹아 있기 때문에 이 암묵지를 자율주행기능에 명시적으로 넣는 것은 그 사회의 새로운 합의와 적응이 필요합니다.

이와 같이 자율주행자동차가 도로에서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할 경우 차량 하나하나의 기술과 운전 방법만 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화와 교통 인프라 자체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여러 감지기와 통신, 그리고 고성능 컴퓨터가 달려 있어 도로교통 인프라와 밀접하게 교류하게 됩니다. 따라서 전방의 교통 흐름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아 덜 막히는 곳으로 즉시 우회할 수 있고 보이지 않는 전방의 사고나 위험성에도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심지어 교차로에 신호등이 없어져도 물 흐르듯이 사방의 차들이 충돌 없이 지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역설적이게도 자율주행자동차는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의 큰 이점에도 불구하고 꺼리는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정거장까지 걸어가야 하는 것과 정거장에서 내려 목적지까지 걸어가야 하는 첫 1㎞와 마지막 1㎞ 문제입니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이 대중교통 정거장의 첫, 그리고 마지막 1㎞ 문제에 투입한다면 대중교통의 이용률을 늘려 줄 수 있습니다. 동시에 차를 소유함으로써 발생하는 주차공간·유지비·교통체증 등의 각종 개인·사회의 비용도 자율주행자동차를 이용해 낮출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자동차의 등장은 단순히 더 똑똑하고 더 안전한 차의 등장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우리 삶과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면 자율주행자동차는 언제부터 본격 보급될까요? 테슬라 자동차가 제공하는 정도의 자동가감속과 차선유지를 제공하는 부분 자율 주행의 경우 옵션선택으로 이미 시장에서 구매가 가능합니다. 차선 변경과 교차로를 통과하는 정도의 자율주행이나 아예 핸들과 가·감속 페달이 없는 차량의 경우 실용화까지 아직 여러 가지 기술적 장벽이 남아 있지만 지금의 기술발전 속도로 봐 오는 2020년께 상당수 해결될 것입니다. 다만 운전할 필요가 없는 차를 받아들일 대중의 준비와 수요에 따라 본격적인 도입 시기가 조절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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