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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보물선-타임캡슐을 열다>中 동전…고려청자…바닷속 900년의 기다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지음, 도서출판 공명 펴냄

지난 1975년 전남 신안군 증도 앞바다, 조업하던 어부의 그물에 청자꽃병부터 도자기 6점이 걸려 올라왔다. 뒹구는 그릇보다는 펄떡거리는 생선이 어부에게는 더 중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마루 밑에 뒹구는 도자기를 본 어부의 동생이 이듬해 신고했지만 신안군청은 오히려 보상금을 타려는 수작으로 치부했다.

당시 신안 일대에서는 이처럼 그물에 걸려온 도자기가 즐비했고 보물급 도자기들이 요강이나 개밥그릇으로 사용됐다는 말이 돌았다. 소문이 따라 도굴범들이 몰려들었고 1976년 9월 경찰이 이들을 검거해 고급 도자기를 무더기로 압수했다. 이는 문화재관리국이 증도 앞바다를 조사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수중 고고학 발굴이 시작됐다.

1975년 700년 前 신안선 발견

中도자기 등 2만3,502점 발굴



조사 결과 말로만 듣던 ‘보물선’이 발견됐다. 14세기 중국 각지의 가마터에서 구워낸 고급 도자기들과 동전·금속품·약재·고급 목재 등을 싣고 가다 침몰해 700년을 숨죽이고 있던 ‘신안선’이다. 배 길이 34m, 폭 11m로 100명이 승선할 수 있는 200톤급 신안선은 해양 실크로드를 대표하는 대형 무역선이었다.

10년에 가까운 발굴조사 결과 도자기류를 중심으로 2만3,502점의 유물, 동전 28톤 분량 약 800만개가 나왔다. 함께 발견된 유물 청동추를 근거로 신안선은 1323년 중국 푸젠성 취안저우에서 동남아시아 수입품을 싣고 저장성 닝보로 향하던 중 표류해 우리나라 신안 인근에서 난파된 것으로 밝혀졌다.

책은 신안선 발굴에서 시작한 한국 수중고고학사 40년을 관통한다. 고고학은 역사에 미처 기록되지 않은 사회·문화상을 실제 사용된 유물을 통해 밝혀내는 학문이다. 고고학이 ‘땅 파는 학문’이라 불리는 것처럼 땅 속 아닌 물 속 유물을 살피는 수중고고학은 덜 알려져 있지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의 수중고고학은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1981년 900년 前 태안선 찾아

원상태 유지 수만점 유물 나와



신안선 못지 않은 보물선으로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태안선’이 꼽힌다. 어부의 통발에 걸린 주꾸미의 뒤엉킨 다리 사이에 청자가 딸려 나왔고, 문화재관리국은 1981년 해군과 합동으로 수중발굴을 진행했다. 유물은 마치 팔수록 더 나오는 ‘최순실 게이트’처럼 줄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지역이 군사보호구역이라 도굴범이 감히 접근하지 못했던 까닭이다. 고려청자만 2만5,000점이 나왔다. 이들 고려청자는 도자기의 완성도에 따라 5개층으로 나뉘어 쌓인 채 발견됐다. 900년 전 난파된 태안선은 고려의 왕실 가마터가 있던 강진에서 청자를 싣고 출발해 경기도로 향하는 길이었다.

우리나라 특히 서·남해는 바닷속 개흙의 특성상 난파선이 묻혀 공기와 차단된 채 원 상태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타임캡슐로 작용한다. 그 덕분에 고려시대 곶감의 불그스레한 과육부터 살이 붙은 생선뼈, 종이 대신 나무를 사용한 목간의 기록이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었다.

조선·고려시대 난파선 14척

韓 수중고고학사 40년 총망라



지금까지 발굴된 난파선은 이 외에도 고려시대 곡물운반선인 마도 1호선, 매병을 싣고 있던 마도 2호선, 당대 최고 권력자를 위한 상납품을 담고 가던 마도 3호선와 함께 조선시대 조운선인 마도 4호선 등 총 14척에 이른다.

책은 수중고고학 용어와 유물명 설명부터 다양한 발굴 사례를 이야기식으로 읽기 좋게 엮었고 선명한 도판으로 유물 50여점을 소개한 ‘책 속 박물관’도 마련했다. 2만2,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어부의 그물에 걸려 발견된 고려청자를 실마리로 한국 수중고고학 역사의 시작점이 된 신안선 발굴이 시작됐다. /사진제공=문화재청
배에 선적한 물품 운송장 역할을 한 목간 /사진제공=문화재청
정교한 문양이 눈길을 끄는 ‘백지흑화 파도꽃무늬 긴목 병’은 신안선에서 출토된 것으로 14세기 원나라에서 제작된 것이다.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태안 마도2호선에서 발굴된 ‘청자 음각 연꽃무늬 매병’은 13세기 고려의 청자기법을 잘 보여준다. /사진제공=국립광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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