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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기업 지배구조 수술·이사회 독립성 강화...'제2 최순실' 사태 막아야

권력앞에 시스템 작동 안해

의사결정 체계 대폭 강화 등

정치외풍에 버틸 체력 키워야

'정치와 유착된 기업인 처벌'

기업판 김영란법 도입 주장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한 뒤 지원기업 대표 및 창조경제혁신센터장들과 대화하고 있다. 조양호(앞줄 왼쪽부터)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국정을 농단한 혐의를 받는 최순실씨 앞에서 한국 대기업들은 무력했다. 이사회를 중심으로 법과 내부 규율에 따라 의사결정을 해야 했지만 정치권력의 압력 앞에 그런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회사를 위한 일’이라는 어쩔 수 없는, 심지어 기업 스스로 반대급부를 요구하면서 수백억원을 상납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우리나라 특유의 ‘정치경영’ 관행을 철폐하기 위해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가 설령 기업의 이익을 위한 결정을 했더라도 정경유착 행위가 드러나면 사법적 판단과 별개로 경영 일선에서 곧바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강력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재계 및 학계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치와 불온하게 연결된 기업인은 이유 여하를 묻지 않고 처벌하는 ‘기업판 김영란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 스스로가 취약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이사회 의사결정 시스템을 강화해 정치경영의 외풍에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순실 게이트를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리 기업들이 정치권력 앞에 당당하지 못했던 이유로 한국 특유의 순환출자 지배구조와 이사회가 아닌 총수 중심의 경영이 지목된다. 오너 경영이 분명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정치경영 등에서 오너를 제어할 시스템은 아직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지난 1960~1970년대 고속성장을 위한 전략이 부메랑이 돼 기업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외환위기 20년이 되도록 되풀이되는 셈이다.



이처럼 반복되는 정치경영은 우리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 때문이다. 공정위와 국세청, 검찰을 등에 업은 정치권력의 압박에서 순환출자로 성장해온 우리 기업은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수준은 후진국보다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이 9월 발표한 세계금융안정(GFS) 보고서의 기업 지배구조 수준에 따르면 공시수준지수에서 한국은 2014년 기준 7.0으로 20개국 가운데 아르헨티나·폴란드·인도와 같이 공동 13위에 머물렀다. 말레이시아(10점), 태국(10점)보다도 순위가 낮았다.

특히 순환출자 구조에서 승계를 위해 총수 일가 지분을 늘려야 하는 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소수 지분을 쥔 총수가 주주·이사회의 견제를 받지 않고 전권을 휘두르는 현 지배구조에서는 정부가 검찰 수사를 빌미로 기업을 협박하기 더 쉽다는 얘기다.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요 그룹 총수들과 차례로 독대하면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총수들이 별수 없이 응한 것 역시 이런 허약한 지배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정치권력이 기업의 약점을 파고들면서 사금고화했고 53개 기업이 총 774억원을 출연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재계 총수들 입장에서는 정부 압박에 돈을 내고 자칫 검찰 조사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판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줄기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순환출자를 끊고 지주회사 체제로 소유 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사외이사제도 개혁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경유착 재발 방지대책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총수라도 한 번 정경유착의 비위를 저지르면 아웃되는 강력한 제도 없이는 우리나라 문화에서 최순실 게이트의 재발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의사결정의 중심을 이사회로 옮기기 위해서는 먼저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외이사가 기업의 거수기 역할에 머무는 상황에서 총수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이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사회 제도가 비교적 잘 운영되는 금융권의 경우에도 사외이사가 제대로 역할 하지 못하면서 정부 입김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근혜 정부 초만 해도 상법 개정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중 하나인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참여를 배제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자는 내용이었다. 전직 임직원의 사외이사 취임제한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확대해 사외이사 결격사유를 강화하고 우리사주조합이나 소액주주가 요구한 후보자 1명씩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는 등 많은 제안이 있었다. 물론 기업의 경영활동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등 독소 조항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내용들만큼은 차제에 도입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사회 내 위원회로서 임원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사외이사의 권한을 강화하는 한편 △내부 감사부서를 통해 회사 자산의 유용 등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감시 강화 △법률로 보장되지 않는 기업 비선조직을 최대한 줄이는 등 말 그대로 ‘정도경영’의 틀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정치권뿐 아니라 재계 전반의 기업문화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한 단계 높이는 계기로 만들기 위한 변화의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강도원·이종혁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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