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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짱가와 최순실, 그리고 정유라

김민형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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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짜짜짜짜짜 짱~가 엄청난 기운이….”

30~40대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만화영화 ‘짱가’ 주제가의 한 대목이다. ‘짱가’는 지난 1970~1980년대 TV에서 방송돼 큰 인기를 끈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짱가는 외계인의 침략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로봇이다. 스토리 자체가 눈길을 끌었다. 특히 주인공이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주제가가 나오면서 멋지게 등장해 나쁜 녀석들을 물리치는 모습은 어린이들의 동경을 사기에 충분했다.



‘최순실 게이트’의 주인공 최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를 보며 추억의 로봇이 생각났다. 예술중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한 정씨는 중학교 3학년 때 전공을 승마로 바꿨다. 말을 사 훈련하고 대회에 출전하는 데 엄청난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어렵지 않았다. “돈도 실력”이라는 정씨에게는 풍족한 재력을 가진 ‘엄마 짱가’가 있었다. 고교에 진학하려니 집 근처에 승마 체육특기 학교가 없었다. 다시 엄마 짱가가 등장한다. C고등학교가 정씨를 승마 체육특기생으로 뽑은 것. 이 학교가 승마 체육특기자를 뽑은 것은 최근 9년 동안 처음이었다. 정씨가 졸업한 후부터는 승마 체육특기생을 뽑지 않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기 어려웠다. 다시 엄마 짱가가 등장한다. “출석을 게을리하면 졸업하기 어렵다”고 주의를 준 체육교사를 찾아가 폭언을 해 기를 죽이고 돈 봉투까지 던지고 온다. 그 교사는 다음 학기부터 체육을 맡지 않게 됐고 정씨는 3학년 때 단 28일을 출석하고도 고교를 졸업했다. 이제 남은 것은 대학. 어설픈 실력으로는 대학 문턱을 넘기 어려웠다. 다시 엄마 짱가가 나섰다. 한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입시 관련 문건을 미리 입수했다. 목표는 이화여대. 전체 입시전형에서 80%가 반영되는 서류전형 성적은 절대 합격권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면접에서 최고점을 받아 합격했다. 대학 생활은 쉬웠다. 학교생활을 대충대충 해도 다른 학생들과 달리 높은 학점을 받았다. 대학에서 엄마 짱가가 어떤 도움을 줬는지는 교육부가 감사하고 있다. ‘최순실 막장 드라마’가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지금도 엄마 짱가의 도움을 받고 있다. “풍파를 견뎌낼 나이가 아니다”라며 눈물 흘리는 엄마 짱가의 보호 아래 유럽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정씨는 성인이다. 그동안은 엄마 짱가의 품에서 자랐더라도 이제는 자기 스스로 삶을 결정할 수 있는 나이다. 게다가 정씨에게는 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살아야 할 시간이 훨씬 많다. 그 삶을 어둠 속에서 숨어 지내는 것은 너무 불행하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사죄하고 그에 맞는 벌을 받고 앞으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된다. 그것이 모든 사람이 사는 이치다. 이제라도 스스로 걷기를 바란다. 그래야 미래를 살 수 있다. 단 첫걸음은 한국으로 향하는 공항이어야 한다.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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