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관련 리서치 결과를 보면 노후준비의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노후준비는 제대로 못한다. 사회초년생이라면 현재 생활비와 결혼준비로, 40대는 주택마련과 자녀교육으로, 50대는 자녀교육과 자녀결혼준비로 경제활동 주기를 보낸다. 노후를 준비할만한 여유자금 없이 퇴직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다면 자산증여, 상속 외에 일반 개인은 어떻게 부를 축적할 수 있을까. 개인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인적자산인 근로소득에서 소비를 하고 남은 잔여소득을 저축함으로써 재무자산을 확보한다. 이렇게 인적자산을 소비와 저축을 통해 재무자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경제활동기간 내내 반복함으로써 부를 축적한다. 노후자산 축적도 이 과정의 일부분이다.
개인의 경제수준을 결정하는 요인은 교육, 직업, 소득이라고 한다. 교육수준이 직업, 소득, 경제수준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녀의 미래를 위해 우리나라 부모들은 매월 생활비 20~30%을 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다. 이는 자녀의 경제수준 향상을 위한 투자이기도 하지만 자녀의 부양을 통한 노후준비 비용을 지출하는 의미도 있었다. 하지만 부의 이전에 대한 이론을 살펴보면 저출산·고령화 시대에는 성년이 된 자녀의 부가 부모의 노년생활을 위해 부모에게 이전되지 않는다고 한다. 즉 이제 본인의 노후생활비는 본인이 감당하고 지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과도하다고 생각되는 자녀교육비, 주거비용 등 현재 지출하고 있는 생활비용을 조정해 노후에 쓸 미래 생활비용을 현재시점에서 준비해야 한다.
금융시장에서 자산관리는 이렇게 모은 재무자산을 ‘어떻게 잘 운용하여 늘릴 것인가’하는 효율적 자산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생애주기마다 ‘자산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에는 관심이 덜하다. 자산관리는 운용 가능한 적정자산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운용자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는 핵심 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의 근로소득을 통해 소비지출을 감당하듯이 퇴직 이후 소비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소득 흐름을 제공하는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생애자산관리는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한 ‘비용’을 경제활동기간에 걸쳐 어떻게 모을 것인가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자산을 비용으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근로소득에서 현재의 생활비를 지출하고 자녀교육비, 주택구입 등 세대별 지출목적을 위해 단기 저축하는 것을 당연시 한다. 이 때 퇴직 후 생활을 위해 지출해야 할 미래비용의 현재가치를 매월 생활비 지출에 당연히 포함시켜야 한다. 이 금액은 퇴직 후 목표생활비와 기대여명, 물가수준 등 몇 가지 가정을 통해서 산출할 수 있다. 이렇게 산출된 금액을 매월 미래생활비용 결제계좌인 개인연금, 개인형퇴직연금(IRP), ISA 등 연금형 세제금융상품에 지출하는 것이다. 머튼 교수 등에 의하면 투자자는 부와 소비의 생애효용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자산배분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산뿐만 아니라 소비의 생애효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노후를 위해 자산을 모은다는 생각보다는 노후생활비를 현재 생활비의 일부로서 포함하여 함께 지출하자. 이렇게 모아진 노후생활비를 효율적으로 투자하는 일은 다음 단계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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