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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가 '꿈꾸는 공간'으로 변했어요!

롯데면세점·성동구청·NGO가 함께한 '언더스탠드에비뉴'<br>취약계층 자립을 돕는 새로운 사회공헌 모델 창출 눈길

서울 성동구 서울숲 인근에 마련된 언더스탠드에비뉴의 야경.




컨테이너는 수출입 화물을 실어 나르는 게 기본적인 용도다. 그런데 최근 이 투박한 철제 컨테이너에 따뜻한 영혼을 불어넣은 마법 같은 공간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 자리잡고 있는 창조적 문화·창업 공간 ‘언더스탠드에비뉴(UNDER STAND AVENUE)’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숲은 서울 시민들이 사랑하는 휴식공간 중 하나다. 가족, 연인, 친구들끼리 돗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피크닉을 즐기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 서울숲이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 단순한 피크닉 공간을 넘어 젊음과 창조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심에는 바로 언더스탠드에비뉴가 있다. 우선 겉모습부터 신선하다. 형형색색의 컨테이너 박스가 마치 레고블록 장난감처럼 지그재그로 쌓여 있다. 특색 있는 외관처럼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설치 의도 역시 새롭고 참신하다.

언더스탠드에비뉴라는 이름은 영어로 ‘아래’를 뜻하는 언더(Under), ‘일어서다’를 의미하는 스탠드(Stand), 그리고 ‘거리’라는 뜻을 가진 에비뉴(Avenue)의 합성어다. 단어 조합에서 이곳이 갖는 의미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김선아 언더스탠드에비뉴 대표는 말한다. “언더스탠드에비뉴는 경력단절 여성과 청소년이 꿈을 찾을 수 있고 예술가들이 재능을 찾고 청년 벤처사업가가 잠재역량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이처럼 모든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을 표방합니다. 학교를 중퇴·자퇴한 청소년, 재능을 뽐낼 공간을 찾지 못하는 수많은 인디 예술가, 자본이 부족해 역량을 펼치지 못하는 청년 벤처 사업가, 경력단절 여성 등이죠.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이처럼 사회적 취약계층에 속한 사람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을 표방합니다. 또한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에게는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풍성한 하나의 문화공간이 될 수도 있죠.”

약 1,240평 규모의 부지에 116개의 컨테이너를 3층 높이로 쌓아 올린 언더스탠드에비뉴는 크게 ▲유스(Youth)스탠드 ▲하트(Heart)스탠드 ▲맘(Mom)스탠드 ▲아트(Art)스탠드 ▲파워(Power)스탠드 ▲오픈(Open)스탠드 ▲소셜(Social)스탠드 등 7개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우선 커피숍과 음식점으로 구성된 맘스탠드에서는 다문화·한부모 가정 및 경력단절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유스스탠드는 청소년들의 적성과 소질을 발견해 진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다. 현재 네일아트와 애견숍이 들어서 있다. 판매 수익의 대부분은 운영비와 인건비로 사용되며 일정 부분은 다른 사회공헌 사업에 투입된다.

이곳에서 일정 기간 인턴으로 일하거나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한 청소년들 중 일부를 선발해 취업의 길을 열어준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언더스탠드에비뉴 안의 네일아트 매장인 ‘메이릴리(May Lily)’에서 5~6개월간 일터학교 교육과정을 수료한 청소년은 심사를 거쳐 롯데면세점 내 한류문화 체험공간 ‘스타 에비뉴’의 네일숍에서 정규 직원으로 근무할 수 있다. 현재 유스스탠드에서는 네일아트, 애견미용을 포함해 총 8개 직종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운영 중이다.




언더스탠드에비뉴의 조감도.


오픈스탠드와 아트스탠드는 사업 인프라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 벤처 기업가, 사회적기업, 예술가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결과물을 파일럿 형태로 전시·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운영비의 경우 롯데면세점이 일부 지원하되, 기본적으로는 각자의 역량을 통해 창출해내야 한다. 물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은 100% 입주 기업과 청년들이 가져간다. 이밖에 몸과 마음이 지친 현대인들의 힐링을 돕는 ‘통합예술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의 하트스탠드와 청년창업 허브공간인 파워스탠드도 참신한 시도로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이처럼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지역사회와의 상생, 소외계층의 자립이라는 두 마리의 ‘착한 토끼’를 잡으며 새로운 상생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참신한 시도는 과연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지난 4월 문을 연 언더스탠드에비뉴는 롯데면세점과 서울시 성동구청, 비영리기관인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아르콘(AR Con)’이 협력해 탄생했다.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세 곳이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성동구청장에 취임한 정원오 구청장은 서울숲 앞에 비어 있던 부지에 주목했다. 그는 서울숲이라는 힐링 공간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이때 만난 곳이 바로 아르콘이다. 당시 아르콘은 주요 대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을 기획·진행한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을 모색 중이었다. 성동구청과 아르콘은 오랜 연구 끝에 사회적 약자들의 재기를 돕는 공간을 만들기로 결정한다. 때마침 사회공헌 활동을 준비 중이던 롯데면세점이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며 참여 의사를 밝혀 왔다. 지자체, 비영리기관, 대기업의 조합은 이렇게 완성됐다.

언더스탠드에비뉴의 김 대표는 과거 사회공헌 활동과 콘텐츠 개발 분야에서의 경험을 이곳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한때 클래식 공연 기획사에서 근무하며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재미를 느꼈어요. 이후 CJ그룹 CSV경영실에서 근무하며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하다가 대중적으로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그때 마침 잘 알고 지내던 아르콘 이사장께서 언더스탠드에비뉴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하셨습니다. 망설임 없이 OK를 외쳤죠.”




특색 있는 외관처럼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설치 의도 역시 새롭고 참신하다.


언더스탠드에비뉴 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다. 약 6개월간 프로젝트 방향을 잡기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콘크리트 건물이 아닌 컨테이너를 활용한 공간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기존의 틀을 깬 감각적이고 세련된 외관을 위해서는 컨테이너가 안성맞춤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유스스탠드에서 교육받을 청소년들의 모집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주요 대안학교, 특성화고등학교, 청소년 지원센터 등 40여개의 기관에서 지원한 160여명의 지원자 중 100명을 선발해 1차 교육도 진행했다. 언더스탠드에비뉴 설립 취지에 공감한 전문가들과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은 멘토를 자청하며 교육에 힘을 실었다.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공헌 활동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특히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흥미를 보이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원 연구진이 지난 8월 공개한 사례 연구집에 실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테오도어 루즈벨트 맬럭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이윤석 인하대 지속가능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 롯데면세점 언더스탠드에비뉴-민관협력사업’이라는 제목의 연구집에서 “최근 한국의 CSR은 민관협력사업을 통해 CSR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해가고 있는데, 롯데면세점과 성동구가 만들어낸 언더스탠드에비뉴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언더스탠드에비뉴의 ‘착한 실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성과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유스스탠드와 맘스탠드에서 교육을 받은 청소년과 소외계층 여성들 중 대다수가 취업에 성공했다. 창업공간에서 꿈을 키워가는 예비 창업가들 역시 보다 진일보한 사업 청사진을 그려가고 있다. 언더스탠드에비뉴의 착한 실험이 소외계층의 꿈을 현실로 이뤄줄 마법이 되길 기대해본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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