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M&A) 중개 자격을 인가제로 강화하려는 금융투자업계의 움직임에 회계업계가 반격에 나섰다. M&A를 중개·자문하는 업체 등이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됨에 따라 국회 차원의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구체적인 반박 근거를 마련하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13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한국회계학회는 최근 한국M&A협회로부터 의뢰를 받아 기업 M&A 활성화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 용역은 기업 M&A 활성화를 위한 회계·세제·금융·가치평가(실사) 등 4가지 영역으로 나눠 진행된다. 정석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비롯해 4명의 연구자가 각각 연구 내용을 취합해 다음 달 7일 최종 보고서 발표 전에 공개 세미나를 열기로 했다. 회계학회의 연구 용역 보고서에는 기업 M&A 활성화를 위해 회계법인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회계학회의 한 관계자는 “아직 보고서 작성 초기 단계지만 기업 M&A 관련 법령의 개선 방안 등이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8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계법인의 기업 M&A 중개·자문 업무를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기업 M&A 중개 업무를 자본시장법상의 ‘투자중개업’으로 포함한 것이어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회계법인 등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 절차를 밟아야만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투자중개업’은 자본금 10억 원 이상인 주식회사에만 허용된다. 임원(파트너)들이 각각 소수 지분을 갖고 운영하는 유한회사인 회계법인은 주식회사로 전환하거나 별도의 자회사를 세워 인적·물적 요건을 갖추는 수밖에 없다. 회계법인으로선 기존에 자유롭게 수행한 사업을 더 큰 비용을 들여야 하는 셈이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단순히 주식 거래뿐만 아니라 회계·세제·가치평가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기업 M&A를 투자중개업으로 두고 일괄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금융투자업계는 M&A 거래에 참여하는 기업과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중개·자문 업무에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으면서 박용진 의원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증권사·회계법인 등이 금융당국에 M&A 중개·자문업자로 등록한 후 관련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 상태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많게는 조 단위 규모의 기업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중개·자문사가 아무런 인가 요건 없이 사업하는 것부터가 이상한 일”이라면서 “기본적인 요건이라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는 다음 달 예산 관련 법안 통과 이후 M&A 중개업 인가제 도입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박용진 의원은 “시장에서 눈에 보이는 규칙이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시장 질서를 해치지 않도록 법안 논의 과정에서 업계의 목소리를 많이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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