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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과연 한국 시장 공략에 성공할까

지금까지는 워밍업? 간 보기?<BR>진짜 승부수 던질 때가 곧 온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streaming·인터넷상에서 음성이나 영상, 애니메이션 등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기술)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Netflix)’가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넷플릭스가 국내 방송·미디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기대와 달리 큰 돌풍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이유를 알아본다.

“한국에 우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기쁩니다.” 지난 6월 말 서울을 찾은 넷플릭스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1월 국내에 진출했다.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열린 넷플릭스 기자간담회에는 리드 헤이스팅스와 최고콘텐츠책임자 테드 사란도스,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 조나단 프리드랜드가 참석했다.

이들은 “넷플릭스를 통하면 전 세계에서 만들어진 우수한 콘텐츠를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와 같은 자체 제작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과 세계 최고의 동영상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자부심을 한껏 드러낸 것이었다.

넷플릭스는 월정액을 내는 가입자들에게 ‘비디오 온 디맨드(Video On Demand·수요자가 원하는 동영상을 마음대로 보는 서비스)’ 방식으로 TV 프로그램과 영화, 자체 제작 콘텐츠를 제공한다. TV는 물론, 스마트폰과 PC 등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기기를 통해서도 시청할 수 있다. 이를 OTT(Over The Top·인터넷을 통해 드라마나 영화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셋톱박스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아도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 등을 통해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서비스라 부른다. 현재 넷플릭스는 190여개 국가에서 8,1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자체 제작 콘텐츠인 ‘오리지널 시리즈’는 전 세계 소비자들을 ‘넷플릭스의 바다’로 빠져들게 한 가장 큰 요인이다. 오리지널 시리즈는 지난해에만 39개 작품이 에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뛰어난 작품성을 갖추고 있다.

넷플릭스가 내세우는 또 다른 강점은 시청자들이 결말을 궁금해하며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 전편을 모두 올린 뒤 가입자가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도록 제공한다. 또 서비스 가입과 이용, 해지까지 절차를 간소화해 사용자가 원할 때 이용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전 세계 8,1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 그러나 국내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처음 넷플릭스는 한 달간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입자 확대에 주력했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지역과 달리 국내에서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리드 헤이스팅스(왼쪽) 넷플릭스 CEO와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


한국 콘텐츠 부족과 비싼 요금으로 고전
“한국 시장을 너무 쉽게 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부진을 두고 국내 업계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로 하는 말이다.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도전기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고 있다. 국내에는 이미 IPTV(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해 제공되는 양방향 텔레비전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고, OTT 서비스도 보편화돼 있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모두 모바일 IPTV 서비스를 통해 OTT 사업을 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의 ‘호핀’ 과 SK브로드밴드의 ‘Btv모바일’을 통합해 ‘옥수수’ 를 서비스하고 있다. KT는 ‘올레tv모바일’을, LG유플러스는 ‘LTE 비디오포털’을 통해 외국 영화와 스포츠 중계, 개인 창작 콘텐츠 등을 선보이고 있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 말한다. “한국은 넷플릭스가 아니어도 동영상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많은 시장입니다. 넷플릭스는 한국산 콘텐츠가 부족한 상태에서 국내 시장에 진출했어요. 그동안 한국인이 즐길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소비자 불만이 이어졌습니다. 앞으로 국내 이용자들이 많이 찾는 최신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를 확충하지 않는 한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다고 봅니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고전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OTT 사업자간 경쟁 심화가 넷플릭스의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황승택 연구원이 말한다. “국내의 경우 여러 OTT 사업자들이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해 월 이용료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졌다는 뜻이죠.”

넷플릭스는 요금제에 따라 베이직이 9,500원, 스탠다드가 1만2,000원, 프리미엄이 1만 4,500원이다. 반면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는 월 3,000원이다. LG유플러스 ‘LTE 비디오포털’과 KT ‘올레tv 모바일’은 5,000원 선이다. 넷플릭스가 아무리 콘텐츠와 서비스 품질이 우수하다고 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현재 넷플릭스는 190여개 국가에서 8,1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국내 넷플릭스 월간 이용자는 서비스 첫달인 지난 1월 6만2,913명이었다. 한 달간 무료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2월에는 8만1,564명으로 증가했지만 4월 들어 약 5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하고 있는 동영상 서비스보다 이용자가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옥수수’는 월간 이용자 287만명, ‘LTE 비디오포털’ 229만명, ‘올레tv 모바일’은 193만명에 달한다.

이 같은 저조한 성과 때문에 넷플릭스는 당초 국내 미디어 업계를 흔들며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란 전망과 달리 초조해하는 모양새다. 국내 출시 5개월이 지나서야 부랴부랴 기자간담회를 가진 것을 보면 이런 상황을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다.



애초에 넷플릭스는 ‘넷플릭스 코리아’ 같은 한국 지사 없이 한국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서비스는 콜센터에 의존해야 한다. 넷플릭스 애플리케이션(앱)에서만 가능한 상담 통화를 시도하면 연결되지 않거나 대기시간이 30~40분을 넘기기 일쑤다. 실시간 상담을 위해 PC로 고객센터 ‘라이브 채팅’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영어로만 가능하다. 한국어 채팅 기능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리드 헤이스팅스 방한에 맞춰서야 채용 공고를 내고 한국 지역 신사업개발 이사, 파트너 마케팅 매니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을 모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넷플릭스와 관련한 언론 대응은 홍보대행 업체를 통해서만 이뤄지고 있다. 넷플릭스측은 “당분간 넷플릭스 한국 지사 설립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 ‘간’만 보다가 기대보다 저조한 사업 성과를 낼 경우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왼쪽. 넷플릭스가 국내 케이블TV 업체 딜라이브와 함께 만든 넷플릭스 전용 셋톱박스 모습.
오른쪽. 넷플릭스는 TV는 물론, 스마트폰과 PC 등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기기를 통해서도 시청할 수 있다.


한국산 ‘오리지널 시리즈’로 반전 도모
일단 넷플릭스는 국내 첫 기자간담회를 기점으로 한국 시장에서 반전을 꾀하려고 한다. 넷플릭스는 과연 어떤 전략으로 국내에 안착할 수 있을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는 “넷플릭스의 가장 큰 장점은 자체 제작 콘텐츠”라며 “우리는 사용자들의 시청 경험이나 콘텐츠 제작 환경 등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했고 결국 콘텐츠 시장은 변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어서 “서비스 시작 단계에서는 현지 프로그램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배워가는 시간은 언제나 필요하며 TV 시청 시간, 박스오피스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몇 달은 한국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넷플릭스는 앞으로 선보일 한국형 콘텐츠 제작 현황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을 알렸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올해 안에 한국 제작자들과 작업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다수 선보일 예정”이라며 “전 세계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한국에서 만든 콘텐츠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테드 사란도스가 설명했다. “현재 봉준호 감독이 강원도에서 ‘옥자’를 촬영하고 있다”며 “한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제작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인 SF 판타지 드라마 ‘센스8’의 시즌2 촬영도 서울서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제작 중인 ‘드라마월드’는 현재 한국과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오가며 촬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주인공이 해당 드라마 속으로 들어간다는 내용으로 한류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한국을 포함한 6개국 참가자들이 서바이벌 경쟁을 펼치는 ‘얼티밋 비스트마스터’ 도 제작하고 있다.

미디어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국내 마케팅 전략도 공세적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5월 국내 미디어 파트너로 케이블TV 3위 업체 딜라이브를 택했다. 딜라이브는 넷플릭스와 함께 전용 셋톱박스를 개발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넷플릭스 미가입자는 셋톱박스를 설치한 뒤 전용 앱에서 곧장 가입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가 딜라이브 외에 다른 파트너 물색에도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당초 국내 IPTV 3사들을 파트너로 끌어들이려 했지만 계약상 조건이 맞지 않아 협상에 실패했다. 이번에는 리드 헤이스팅스가 나서 다시 한번 IPTV 업계나 딜라이브 이외의 케이블TV 업체와 협력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가 말한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파트너로 딜라이브를 선택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곳들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리드 헤이스팅스가 방한한 이유도 직접 케이블TV 업체들을 만나 설득하려는 목적일 거라고 보고 있어요.”

이에 대해 넷플릭스 관계자는 “리드 헤이스팅스는 한국 및 아시아 시장 접근방법과 사업전략 등에 대해 알리러 온 것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실패했다고 단정짓기에는 아직 이르다. 넷플릭스는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DVD 대여점으로 시작됐다. 넷플릭스는 한 단계 한 단계 절차를 밟으면서 꾸준히 성장했다. 2000년에는 지금은 파산한 업체인 ‘블록버스터’에 인수될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 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집중했고, 다음에는 고객들의 시청 패턴과 취향을 분석해 미리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2010년에 들어서 넷플릭스는 미국 외 다른 지역으로 진출했으며 지금까지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 동향 파악을 마치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 협력해 한국산 콘텐츠의 양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사용자의 불만도 즉각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일례로 달러로 결제해야 했던 월 이용요금을 원화로 결제할 수 있게 했다. 영화 포스터에 사용된 자막 폰트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받은 후 포스터 속 폰트를 영화 분위기에 맞게 교체하기도 했다. 일부 자막에서 발견되는 오역도 신고하면 바로 수정할 계획이다. 넷플릭스의 한국 공략은 지금부터가 진짜일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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