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울산, 경남 등 동남권 경제벨트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 부진에다 구조조정까지 겹치면서 생산, 소비 등이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3·4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부산의 광공업생산은 지난해보다 8.9% 급감했다. 2009년 2·4분기(-10.7%) 이후 7년 3개월 만에 최저다. 기계장비 생산이 30.5% 줄었고 선박이 23.4%, 금속가공이 11.8% 감소했다. 현대중공업이 있어 조선업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울산도 마찬가지였다. 광공업 생산이 5.8% 줄어 2009년 1·4분기(-10.9%) 이후 7년 반 만에 가장 낮았다. 울산의 광공업 생산 급감은 현대자동차 파업의 영향도 받았다. 경남 역시 -5.1%로 지난해 1·4분기 이후 1년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경기가 안 좋은데 소비가 늘어날 리 없었다. 부산의 소매판매 증감률은 1.5%를 기록해 2014년 4·4분기(0.5%)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저였다. 울산은 2% 감소해 통계가 있는 2010년 이후 가장 낮았고 경남 역시 -1.1%를 나타내 3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용시장도 좋지 않았다. 부산, 울산, 경남 등 동남권의 종합 취업자수 증감률은 0.4%에 그쳐 5개 광역권(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경권, 동남권) 중 꼴찌였다. 전국 평균(1.2%)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반면 소비자물가는 0.8%로 전국 평균 수준을 유지해 해당 지역 거주민들의 부담은 가중됐다. 살기가 팍팍해지면서 동남권을 떠나는 사람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3·4분기 동남권에서 8,331명이 순유출돼 5대 광역권 중 유출규모가 가장 컸다. 호남권에서 4,146명, 대경권에서 2,060명이 빠져나갔으며 충청권에 7,384명, 수도권에 3,032명이 순 유입됐다.
문제는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그동안 성장을 나홀로 뒷받침했던 건설경기 마저 나빠질 전망이다. 부산의 3·4분기 건설수주는 35% 줄어 3년 3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울산은 85%나 급감해 2005년 통계 작성 이후 11년 만에 최악이었다. 동남권 전체로 보면 44.1% 줄어 전국 평균(3.6% 증가)을 크게 밑돌며 꼴찌를 기록했다. 건설수주는 앞으로 건설경기를 보여주는 대표 척도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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