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실질소득이 사상 최장기간 감소했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3·4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구(전국 2인 이상)당 월평균 소득은 444만5,000원으로 지난해보다 0.7%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0.1% 줄었다. 지난해 3·4분기부터 5분기 연속 뒷걸음질친 것으로 지난 2004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후 가장 길다. 이전 최장기록은 2008년 4·4분기부터 이듬해 3·4분기까지의 4분기 연속이었다.
가계 실질소득 증가율은 전체 경제성장률에도 한참 뒤떨어졌다. 3·4분기 실질경제성장률은 2.7% 증가했지만 가계 소득은 오히려 미끄러졌다. 빈부격차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소득 하위 20%(1분위) 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3·4분기 현재 141만7,000원으로 전년보다 5.9% 줄었다. 전국 2인 이상 가정의 20%가 월 150만원도 못 벌고 이마저 뒷걸음질쳤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 가정은 월평균 854만5,000원의 수입을 올려 1년 전보다 2.4% 증가했다. 가처분소득으로 보면 1분위 소득은 7.1% 줄었고 5분위는 2.8% 늘었다. ‘균등화 가처분소득 5분위 배율’은 4.81배로 3·4분기 기준으로 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5분위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빈부격차가 심화된다는 의미다.
먹고살기가 힘들다 보니 씀씀이도 줄었다. 가구당 월평균 지출액은 257만9,000원으로 0.7% 증가했지만 실질소비는 0.1% 감소했다. 지난여름 기록적인 폭염에 에어컨 구입만 늘었다. 12대 소비지출 항목 중 에어컨이 포함된 ‘가사용품·가사서비스’가 16.1%(실질 기준) 증가했다. 음식 지출(식료품·비주류음료)은 5.1% 줄었고 의류·신발도 0.7%, 의료(보건) 4.8%, 오락·문화 1%, 교육이 0.2% 감소했다. 평균소비성향은 71.5%로 지난해와 동률을 이루며 3·4분기 기준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가처분소득이 100만원이라면 71만5,000원을 썼다는 의미로 과거 80%대에서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수입은 줄고 빚은 늘어나는데 고령화도 대비해야 해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