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올해 가장 충격적인 사건 두 개를 꼽으라면 아마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로존 탈퇴)와 트럼프 당선을 꼽을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 가장 안 좋은 악재는 ‘불확실성’이다. 이미 알려진 악재는 오히려 큰 충격을 불러온 적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은 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날까지는 사실 큰 불확실성의 악재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여론조사와 언론의 오해로 시장에 쇼크가 오지 않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미리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통계에 나타나지 않은 샤이(Shy) 브렉시트와 샤이 트럼프 (본심을 숨겨 여론조사에 나타나지 않는 현상)를 간과하고 있었기에 투표 결과가 나오는 당일 글로벌 금융시장은 엄청나게 요동쳤다. 시장의 컨센서스가 강할수록 오히려 반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고 그런 움직임이 나올 경우 시장의 쇼크는 더 크게 나타나는 법이다.
하지만 또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심리적인 쇼크만으로 방향성을 예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부 글로벌투자금융 회사들조차 브렉시트가 된다면 또는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주식시장은 20% 이상 급락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했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결정된 이틀 뒤부터 다시 주가는 오르기 시작했다. 연간으로는 이머징마켓이나 하이일드채권 같은 위험자산일수록 더 많이 올랐다.
트럼프 당선 소식에는 만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시장이 상승반전했다. 물론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시장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던것과는 달리 트럼프 당선 이후에는 미국과 그 수혜 국가들 중심으로 상승하는 차이는 있다. 하지만 당초 예상했던 극단적 충격은 아니었다. 결국은 시장은 펀더맨털이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결정이 된다는 것이다.
현재 시장은 트럼프 당선 이후 강한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 이머징마켓의 약세가 점쳐지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글로벌 교역량 감소도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미 수출에 대한 우려로 자동차 관련 섹터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과도한 예측은 금물이다. 이제 의사결정을 하고자 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좀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 2주간 트럼프 변화치는 이미 시장에 반영된 상태일수도 있다. 대부분의 트럼프 선거공약들은 실제로 그대로 실행하기에는 한계점을 많이 내포하고 있는 정책들이란 것에 이견이 없다. 내년 1월20일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할 때까지 어떤 인사들로 내각이 구성될지 어떤 트럼프노믹스의 방향성이 정해질지를 확인해 가면서 시장을 지켜봐야 하는 시간이다.
한가지 덧붙일만한 것은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는 1930년대에 세계를 대공황의 더 깊은 늪으로 몰고 간 미국 ‘스무트-홀리 관세법(관세를 59%로 인상)’의 악몽을 떠오르게 한다는 것이다. 역사의 실패를 반복하고 싶은 대통령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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