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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군비 줄였나 늘였나?





1995년 11월28일 밤, 일본이 안전보장회의와 각료회의를 잇따라 열어 방위계획대강(防衛計劃大綱)을 통과시켰다. 방위계획대강은 1976년 처음 선보인 일본의 기본 방위전략. 무려 20여 년 만에 새로 나온 대강이어서 ‘신방위계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신개념도 그만큼 많이 포함됐다. 걸프전과 중국의 급성장, 북한의 핵 개발 등 주변 상황이 급변했다는 판단에 따라 방위 전략의 근간을 고쳤다.

최대 특징은 두 가지. 방어적 개념에서 벗어나 ‘공세적 방위’를 노골화하고 효율을꾀했다. 소련의 해체와 동구권의 몰락에 따른 세계적인 군비 축소 바람을 타고 자위대의 몸집을 줄였다. 우선 병력과 장비를 눈에 띄게 감축했다. 자위대 전체의 정원이 18만명에서 14만5,000명으로 줄어들었다. 병력 감축으로 인한 공백은 한국의 동원예비군과 비슷한 즉응 예비자위관 제도를 신설해 메웠다.

육상자위대의 경우 13개 사단에서 4개 사단을 없앴다. 고령사회 진입으로 모병 자원이 줄어든 데 따른 대응책. 장비도 감축해 전차가 1,200대에서 900대로, 호위함 이상 주요 전투함정이 60척에서 50척으로, 전투기도 350대에서 300대로 줄어들었다. 육상·해상·항공자위대는 세부 실행계획에서 중복되는 병과를 합쳐, 병력 감축에 따른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려 애썼다.

주목할 대목은 병력과 장비 감축이 국방비 감소로 이어졌던 서유럽과는 반대 현상이 일어났다는 점.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났다. 일본은 1996년부터 5년 동안 25조7,200억엔을 전력 강화에 집어넣었다. 한국 원화로 185조원. 한국의 1995년 예산 54조8,243억원의 4배가 넘었다. 신방위계획은 외형적 감축과 질적 강화였던 셈이다. 이후 발표된 방위계획대강에서는 병력은 줄이고 장비는 정예화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육상자위대는 줄고 해상·항공자위대는 강해지는 추세다. 우리 해병대에 해당되는 상륙 전력도 갖췄다.

신방위계획 대강의 보이지 않는 특징은 가상적국 다양화. 러시아 뿐 아니라 북한과 중국이 새로 들어갔다. 북한의 핵 개발이 사실로 드러나고 경제 고도성장을 이룬 중국의 군사력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전차 같이 무겁고 기동성 떨어지는 장비를 줄이고 경량화·고기동화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방위계획 이후 일본은 러시아와 영토분쟁 지역인 북방 4개 도서와 인접한 북해도 인근에 배치하는 전차의 수를 줄이는 반면 한국에 인접해 중국과 북한을 담당하는 서부 지역은 고기동 장비를 늘려나가고 있다.

일본의 방위계획 대강은 최근 그 주기가 크게 단축되고 있다. 1976년에서 1995년까지 19년 걸렸던 방위계획 대강 변경 주기의 호흡이 2004년(9년), 2010(6년), 2013년(3년) 크게 짧아졌다. 예전 같으면 한번 정도 변경됐을 방위계획 대강이 무려 세 번이나 바뀌었다. 그만큼 안보 상황이 급변할 것일까. 또한 1976년까지 포함해 4개의 새로운 방위계획 대강은 어떤 차이를 갖고 있을까. 크게 다르지 않다. 바뀐 게 있다면 보다 강경해지고 있다는 점 하나 뿐이다.



신방위계획 등장 이래 21주년을 지나는 동안 일본은 변해도 많이 변했다. 전쟁을 부인하는 평화헌법의 나라, 무기 수출도 금지된 나라에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도 바뀌었다. 무기 수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비록 무산됐지만 호주에 200억 달러 규모의 잠수함 수출 상담을 진행한 적도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가 ‘사상 최대 방산 수출’을 기록했던 2015년 36억 달러 정도는 손쉽게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우리의 방산 수출도 어려워지게 생겼지만 더욱 문제가 있다. 갈수록 우경화하며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변한 일본의 군병력은 얼마 안되지만 언제든 급격하게 확대할 수 있는 구조다. 장교와 부사관이 병력의 70%를 차지한다. 병사들도 분대장 교육을 받고 소대장은 중대를, 중대장을 대대를 지휘할 수 있는 훈련을 받는다. 1차대전 패전 이후 총 병력 10만명 상한선에 묶였던 독일군이 이런 구조로 순식간에 병력을 800만명으로 늘려 전선에 내보냈다.

한국은 무엇을 하고 있나. 한반도에 자위대를 파병할 수도 있다는 집단 자위권 문제를 둘러싼 한·일간 이견이 여전한 상황에서도 누구에게 쫓겼는지 덜컥 군사정보보보협정(GSOMIA)을 맺고 말았다. 국방부 당국자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독도와 안보 문제는 별개’라고 답했다. 독도의 영토 주권과 안보가 관계가 없다니…. 한심하기 그지 없다.

또 하나 주목할 게 있다. 스웨덴에 있는 스톡홀롬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한국과 일본의 국방예산은 364억 달러(세계 10위) 대 409억 달러(8위). 내년이면 더 좁혀질 수 있다. 40조원을 넘어선 국방부의 예산 요구액에 북핵과 장거리 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한 추가 소요까지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예산은 4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일본과 예산 격차는 날로 줄어들고 있는데 장비 차이는 얼마나 좁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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